국회 심의 결과 34억원 순감…“에너지 전환보다 화석연료 지원 더 커”
12일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회는 총 7908억원을 증액하고 7942억원을 감액해 최종적으로 34억원 순감 수준으로 추경을 확정했다. 예산은 1028억원 순증했지만, 기금은 1062억원 순감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정부안과 사실상 같은 규모를 유지했다.
이번 추경은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 위기 대응 성격이 강하게 반영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에너지 가격 안정과 민생 부담 완화 관련 사업이 대폭 증액됐다.
증액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산업통상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 안정 지원, 즉 나프타 수급 안정 사업으로 2049억원이 늘었다. 이어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이 1027억원, 전기차 보급이 600억원 각각 증액됐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고, 친환경차 전환을 병행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농어민 지원도 크게 강화됐다. 농기계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529억원과 어선어업 경영자금 330억원은 정부안에 없던 신규 사업으로 국회에서 추가됐다. 사료구매자금 500억원 등도 증액되면서 농림·수산 분야 유류비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밖에도 발달장애인 지원 212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143억원, 자원순환 기반 구축 138억원 등 사회·환경 분야도 일부 보강됐다. 다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전체 추경의 중심축은 여전히 에너지와 교통, 산업 지원에 있었다.
반면 감액은 창업·금융·고용·관광 분야에 집중됐다. 중소기업 모태조합 출자 1100억원, 내일배움카드 1018억원, 관광산업 융자 8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도 각각 500억원, 400억원 줄었다.
특히 청년 일자리와 직업훈련 관련 사업도 다수 감액됐다. 청년 일경험 지원, 청년일자리 창출, 고용 인프라 운영 등이 줄줄이 축소되면서, 단기 위기 대응을 위해 중장기 인력 투자 성격의 예산이 조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관광 분야 역시 전반적으로 삭감됐다. 관광 활성화, 콘텐츠 펀드, 예술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감액 대상에 포함되며, 경기 부양보다는 에너지·물가 대응에 재원을 집중한 모습이다.
에너지 정책 측면에서는 ‘이중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중교통,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수요관리 및 전환 정책은 총 2024억원 증가했다. 반면 농기계·어선 유류비 보조 등 화석연료 직접 지원과 나프타 공급 안정 등 간접 지원을 합치면 3377억원이 늘어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 중심 지원이 더 컸다.
특히 나프타 수급 안정 사업이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증액을 차지하면서, 석유화학 산업 기반 유지가 이번 추경의 핵심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는 산업 경쟁력 유지와 물가 안정이라는 단기 목표가 에너지 전환 정책보다 우선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국회는 일부 신규 사업을 별도로 반영했다. 농기계 면세유 보조와 어선 경영자금이 대표적이며, K-로봇 피지컬AI 등 소규모 기술 사업도 포함됐다. 다만 대부분은 농림·수산 분야 유가 대응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번 추경은 고유가 대응과 민생 안정이라는 단기 목표에 맞춰 자원을 재배분한 구조”라며 “다만 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지원이 더 크게 반영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유사 지원 등 일부 사업은 기준과 방식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취약계층 보호 확대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