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보다 ‘AI’...‘비대칭전’이 바꾼 방산의 정의 [이란전發 글로벌 방산 재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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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미사일로 싼 드론 격추
그마저도 대규모 공격에 방공망 뚫려
AI와 데이터 기반에 둔 전력 필요성

▲이란의 샤헤드(Shahed)-136 자폭 드론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돼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의 방공망을 소모시키고 혼란을 주는 데 사용됐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잠시 멈췄지만, 이번 전쟁으로 전 세계 방산 구도는 이미 재편되고 있다. 고가 미사일을 저가 드론이 잡아내는 일이 잦아지는 등 비대칭 전쟁이 확산하자 업계는 개발과 투자 방향을 바꾸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저가 드론을 대거 실전 투입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부대를 공격했다. 저렴한 드론의 물량 공세는 ‘아이언 돔’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방공망마저 뚫어냈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선 미군 기지가 타격을 받고 미군 여럿이 죽거나 다쳤다.

드론에 방공망이 뚫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비효율성이다. 드론 하나를 비싼 미사일로 잡아야 하는 바람에 당사국들은 재고 부족과 경제적 부담 모두를 떠안게 됐다. 비대칭 전쟁에서 하드웨어 중심 무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현대전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에 둔 전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이언 빔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 드론과 로켓 요격용 레이저. 작년 말 실전 배치 시작. (사진 제공 이스라엘군)
이미 방산 업계에선 변화가 감지된다. 대표적인 곳이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다. 팔란티어는 정보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해 공격 목표 식별과 테러 방지 등 군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를 미군에 제공하고 있다. 이번 이란 공격에서도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가 팔란티어 기술 도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트루이스트증권은 보고서에서 “AI가 발전하는 가운데 자체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팔란티어는 경쟁력이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에는 팔란티어가 AI 방산기업 앤두릴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컨소시엄에 포함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컨소시엄은 골든 돔 소프트웨어를 올여름 시험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알파벳 기술을 도입한 네트워킹 회사인 알라리아테크놀로지스, AI 스타트업인 스테일AI,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웁테크놀로지스도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팔란티어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이란 본토의 미사일 발사 징후, 위성 사진, 통신 감청 데이터, 소셜 미디어 동향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 AI 분석 및 지휘관 지원. (출처 팔란티어 홈페이지)
이곳에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는 공중 위협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레이더와 기타 센서를 연결해 군 지휘관들이 다양한 무기를 제어하고 적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드론 공격처럼 동시다발 공격을 막기 위함이다. 해당 프로젝트를 이끄는 마이클 구틀레인 우주군 장군은 지난달 업계 콘퍼런스에서 “우린 개발 첫날부터 명령과 제어 시스템이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수준의 지표 관측 위성망을 보유한 플래닛랩스는 1월 스웨덴 정부와 수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후 발트해에서 러시아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저 케이블 절단 사고를 겪는 등 ‘그레이 존(평화와 전쟁 경계 모호한 영역)’ 상황에 처했다. 그런 탓에 진일보한 안보 기술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밖에도 미군용 위성통신을 제공하는 AST스페이스모바일과 정부 계약에 기반을 둬 AI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스노우플레이크, 안보 컨설팅 기업 부즈앨런해밀턴 등이 새로운 안보 지형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정보전에 강점을 가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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