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선대회장 철학 조명
‘본원적 경쟁력’ 중심 체질 개선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을 소환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결속을 다졌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엄중한 상황에서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내실 경영을 통해 파고를 넘겠다는 선언적 행보로 풀이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창업·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SK오너 일가와 주요 경영진 4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의 자리인 만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행사 시작 전 일부 참석자는 20여 분 간 창업·선대회장을 추모하는 영상을 시청하고 선혜원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이후에는 오찬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향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물가·고환율과 중동 지역 긴장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과 내실 경영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풀이된다.
선혜원은 1968년부터 최종건 창업회장의 사저이자 개인 연구 공간으로 사용됐으며 1990년 이후에는 그룹 인재 육성 공간으로 활용됐다. ‘지혜를 베푼다’는 뜻의 ‘선혜원’이라는 이름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생전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자신 세대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강조해 왔다. 또한, 그는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 뚫지 못할 난관은 없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0년대 서구의 합리적 경영 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철학을 접목한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다.
최 선대회장의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인재 중심 철학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SK 기업문화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SK는 창립 이후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사업 축을 지속해서 확장해 왔다. 1953년 선경직물 창업을 시작으로 섬유 산업 기반을 구축한 이후 석유화학 사업 진출과 대한석유공사 인수를 통해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했다.
1990년대 이동통신 사업 진출은 SK 성장 전략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SK는 한국이동통신 인수 당시 4271억원의 높은 인수가 논란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통해 국내 이동통신 산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 출범은 선경직물, 유공, 한국이동통신에 이은 SK ‘제4의 창업’으로 불린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으며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통신·반도체 역량을 결합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제시하며 AI 중심 사업 구조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SK이노베이션의 전력 사업,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통신 인프라를 결합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라며 ‘승풍파랑’의 도전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