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관세·환율 리스크
증권사 “사업 원점 재검토해야”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TV와 생활가전을 포함한 완제품(세트) 사업은 여전히 신중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관세 체계 변화, 환율 변동성 등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사업 부문 간 실적 편차는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시장 환경이 단순한 비용 효율화나 제품력 강화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업 방식을 넘어,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 혁신과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에서는 부문별 영업이익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업계에서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을 약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세트 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가전 업황을 짓누르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관세 협상 타격은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압박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등 주요 원자재가 포함된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까지 겹치며 세트 업체들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환율 상승은 환차익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해외에서 부품과 자재를 조달하는 비용 역시 함께 상승해 실질적인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TV 사업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수요 자체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뚜렷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TV 등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TV와 가전 역시 원자재와 반도체 비용 증가로 쉽지 않은 업황을 경험 중”이라며 “환율 상승 덕에 적자는 기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TV와 가전 사업이 수년째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TV·가전 사업은 단순한 중장기 원가 합리화 노력보다는 ‘사업 원점 검토’가 권고되는 상황”이라며 “과거 정보기술(IT) 시대를 넘어 지능기술(IT) 시대로 전환되는 현시점에서 AI 사업 고도화와 제조 AI 전략의 거점 부문으로서 육성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