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패션 축 독립 시나리오 재부상

삼성가(家)의 상속세 납부가 마무리되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지분 매각과 자금 마련에 묶였던 오너 일가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사업 축별 독립 시나리오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상속세 부담 해소가 단순한 재무 이벤트를 넘어 향후 그룹 재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가의 상속세 납부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지분 정리와 계열 재편을 가로막았던 제약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유지해온 ‘지배구조 안정 우선’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향후 사업별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구조 재편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축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다. 면세점과 호텔 사업을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 체제가 강화될 경우 호텔·레저·리테일을 묶은 별도 사업군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든 면세 산업과 글로벌 관광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사업 확장 명분도 확보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면세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호텔과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결합한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담당하는 패션·문화사업 축 역시 독립 시나리오가 재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사업과 문화·전시 영역을 결합해 독자 사업군으로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패션 산업이 단순 의류 판매를 넘어 콘텐츠와 경험 중심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문화사업과의 결합은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삼성에서 분리된 CJ그룹과 신세계그룹 사례와 유사한 경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에도 오너 일가 간 사업 영역을 나누는 방식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졌고 이후 각 그룹은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유통과 콘텐츠 중심 사업이 독립 이후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현재 삼성의 호텔·패션 축과 유사한 구조라는 평가다.
다만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 분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전체 그룹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급격한 계열 분리보다는 지분 조정과 사업 재편을 병행하는 단계적 구조 변화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라는 대형 변수는 사라졌지만 삼성은 여전히 지배구조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며 “단기간 내 계열 분리보다는 사업별 역할 재정립과 선택적 독립이 병행되는 형태로 재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