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버스·삼성전자 등 이례적 '조기쟁의' 잇따라…파업 10% 증가 전망
충남지노위, 노봉법 시행 24일 만에 '원청 사용자성' 첫 인정…하청노조 교섭 봇물

올해부터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감소세를 보이던 산업현장 노사 분규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년보다 노동계의 ‘쟁의 시계’가 앞당겨지는 흐름도 감지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생산 차질과 투자 위축이 겹칠 경우 실물경제 전반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파업 근로손실일수는 39만4000일로 전년(45만7000일)보다 13.8% 줄었다. 노사분규 발생 건수 역시 2023년 223건, 2024년 131건, 지난해 123건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는 노동계의 쟁의 방식이 장기적인 파업보다는 실무적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기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거대 변수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추세가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되고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돼서다. 쟁의 대상은 기존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 수준을 넘어 공장 증설이나 합병, 매각, 정리해고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포함한다. 지난해 4월 열린 노란봉투법의 법적 쟁점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간 파업 건수가 10%, 근로손실일수가 15% 늘어나고 이로 인해 약 10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이른 시기 쟁의에 돌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통상적인 '춘투'(봄철 공동 투쟁)와 달리 올해 1월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이례적인 전면 파업에 돌입해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도 지난달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권을 조기 확보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근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첫 판결은 기름을 부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공고 시정 신청 4건을 모두 인용했다. 용역계약서 등을 바탕으로 원청인 공공기관이 안전 관리와 인력 배치에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가 있다고 판단해 직접 대화에 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실질적 사용주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중노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지난달 30일까지 20여 일 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조정 신청은 267건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교섭을 회피하는 원청 사업장을 겨냥해 올해 7월 15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부는 강력한 행정 지도를 예고했지만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와 조기 파업 흐름이 맞물리며 산업계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사 분쟁, 파업까지 겹치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