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인프라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새 투자 테마로 떠올랐다. 최근 1년간 국내 ETF 수익률 상위권에서 전력 테마가 존재감을 키운 가운데 올해는 ESS를 중심으로 한 '온사이트 발전' 관련 상품까지 등장하며 투자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상장 초기 상품이 대부분인 만큼 편입 기업의 실적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레버리지를 제외한 국내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중 전력·원자력·신재생에너지 테마가 5개를 차지하며 1위와 2위를 모두 가져갔다. 이 가운데 'PLUS 태양광&ESS'는 283.49% 상승하며 전체 1위에 올랐고, △’ACE 원자력TOP10'(253.54%) △'HANARO 전력설비투자'(249.54%) △'HANARO 원자력iSelect'(247.33%)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5위 안에서는 반도체·AI 테마로 분류되는 ‘KODEX AI전력핵심설비’(251.87%·3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전력 관련 종목이었다.
전력 테마가 부상한 배경에는 미국의 구조적 전력난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버클리 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발전소가 전력망 연결을 신청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까지(중간값 기준)는 대략 2000~2007년 2년 미만에서 2018~2024년 4년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하나증권은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북부 버지니아에서는 전력망 연결까지 최대 7년이 소요되며, 가스터빈은 빨라야 2028년, 소형모듈원자로(SMR)는 2030년 이후에나 상업 가동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업체들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인근에 자체 발전소를 짓는 '온사이트 발전'이 사실상 유일한 단기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운용업계는 이런 수요를 빠르게 상품화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상장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수소전력ESS인프라 액티브'는 상장 3개월이 채 되기 전 누적 수익률 22%를 넘어섰다. 이 상품은 기존 2차전지 ETF와 달리 배터리 소재 중심에서 벗어나 서진시스템·한중엔시에스 등 ESS 특화 기자재 업체와 비나텍·코세스 등 연료전지 부품 업체, 두산에너빌리티 등 수소 발전 터빈 개발사까지 인프라 전반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관(FEOC) 제한이 올해부터 배터리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비(非)중국 지역에서 원재료와 부품을 조달하는 게 사실상 필수 조건이 됐다. 여기에 올해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담까지 크게 강화되면서 가격 경쟁력과 규제 적격성을 모두 갖춘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ESS·전력 ETF는 상장 초기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운용 실적이 짧고, 순자산 규모도 반도체 ETF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편입 종목 대다수가 중·소형주에 해당해 시장 변동성에도 취약한 구조다. 실제로 미국발 관세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국내 전력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주춤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IRA 수혜 기대감이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는 AI 산업의 필수재라는 점에서 구조적 성장성이 뚜렷하지만, ESS 관련 ETF의 경우 편입 기업 대부분이 아직 본격적인 매출 확대 이전 단계"라며 "기대감에 선행한 주가 상승이 실적으로 뒷받침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