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중단 위기에 식품업계 고심, 종이 포장재 교체 어려워
물가 안정 기조에 가격 인상 '부담', 기업 손실 눈덩이
공급망 다변화 시도하지만 대안 부재, 상황 예의주시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 공급 체계가 흔들리면서 라면 봉지와 페트병 등 식품 포장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업계는 포장재 재고가 소진되는 5월을 기점으로 제품 생산 중단까지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서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다. 현재 아시아 벤치마크인 일본 나프타 가격은 1101.50달러까지 치솟았다. 아랍 걸프 지역 가격도 1014.90달러를 기록했다.
나프타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핵심 원료로 식품업계에서는 라면 봉지와 같은 포장재와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최근 중동 전쟁으로 원료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은 보통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포장재 재고를 두고 있다. 평소에는 필요한 만큼 바로 공급받는 적기 생산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아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
동서식품과 롯데웰푸드는 현재 보유한 재고가 5월이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농심 역시 계열사를 통해 포장재를 받지만 재고량은 한 달 치에 불과하다. 오뚜기 역시 5월이 수급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포장재가 없으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포장재는 여러 겹의 특수 재질로 만든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제품을 완성할 수 없어 생산 중단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이 포장재로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식품 안전성 문제 때문에 재질을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이가 비닐보다 비싸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통상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자 부담 때문에 기름값처럼 바로 올리기는 힘들다.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농심과 오뚜기 등 라면업계는 포장재 수급 이상에 따른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농심 관계자는 "정부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지난달 공지한 대로 1일부터 다수 제품의 가격을 인하해 출고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격을 인하한 상황에서 포장재 단가 등이 계속 오르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는 현재로선 나프타 대란이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안전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 및 공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제반 비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자재 단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은 물론 생산에도 막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