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S 공포’에 수년래 최악 부진⋯“코로나19 초기 쇼크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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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년물 국채 금리, 2년래 최대 상승
영국ㆍ독일 등 유럽 주요국 금리도 치솟아
외국인 자금 유출 등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금ㆍ은 가격은 역대 최대 하락폭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0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근무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로 수년 만에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과 은도 전쟁 발발 이후 오히려 매도세가 폭주해 3월 가격 하락 폭이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 국채 가격이 수년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와 유사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쟁 전 연 3.90% 수준에서 최근 4.48%까지 치솟았다. 이는 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통화정책과 국제 정세 등에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상승 폭이 45bp(bp=0.01%포인트)에 이르면서 2024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시장이 전쟁 그 자체보다 전쟁이 불러올 ‘물가 상승의 공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달 만에 61bp 급등해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짧은 재임 기간 발생했던 2022년 시장 혼란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3.13%까지 치솟으면서 15년 만의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의 폭등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가까스로 잡히던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 상승은 채권의 고정이자 가치를 떨어트린다. 이 때문에 국채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며 매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태도 변화도 채권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애초 채권시장은 올해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다. 그러나 개전 후 국제유가 폭등이 시작됐고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준 역시 조심스레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보내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실물 경제에 즉각적인 타격을 준다.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를 비롯한 민간영역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커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다 확정 금리까지 더 얹어주는 미국 국채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은 시세도 영향을 받았다. 변동성을 지닌 금 시장보다 확정금리를 지닌 국채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3월 들어 이날까지 13% 넘게 급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2008년 10월 리먼 쇼크 이후 최대치다. 금액 기준으로는 온스당 약 700달러 빠져 사상 최대 하락 폭이다. 은값도 24% 하락해 2011년 9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금액 기준으로는 온스당 22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로이터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쇼크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이란 전쟁이 종식되어도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의 복귀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유가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이 멈추지 않아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25일 보고서에서 “앞으로 12개월 사이 미국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0%로 높아졌다”며 “전쟁과 인플레이션, 금리 불안 등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에 마찰(혼조세)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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