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위반 논란·반발↑

이란 의회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공식적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이란의 봉쇄 조치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해운업계의 혼란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타스님통신과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 계획안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과 통제ㆍ감독권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가 수입원을 창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해협 통과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집행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해협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하마드레자 레자이 쿠치 국가안보위원장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과 통제ㆍ감독을 공식적으로 법제화하고, 통행료 징수를 통해 재원을 창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으며, 선박과 유조선이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 당국이 이달 초부터 임시 운영해 온 검열 및 통행료 시스템을 법제화했다는 평가다. 선박은 통과 허가를 받기 위해 선박의 식별번호(IMO)ㆍ화물 목록ㆍ승무원 명단ㆍ소유 구조ㆍ목적지 등을 혁명수비대 연계 중개자에게 제출해야 하며, 이후 항로 코드와 호위 조치를 부여받는다.
블룸버그는 일부 선박이 항해 한 번당 최대 200만달러를 지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이후 해협은 사실상 대부분의 상업적 통행이 차단된 상태다. 타스님통신은 전쟁 전처럼 하루 약 140척의 선박에 척당 200만 달러를 적용할 경우 연간 통행료 수입이 1000억달러(약 15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이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0~25%다.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는 수에즈·파나마 운하 수준을 반영해 선박당 약 40만달러 통행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해상 정보업체 윈드워드는 현재 약 2000척의 선박이 해협 양쪽에서 발이 묶여 있으며, 많은 선사가 장거리 우회 항로 대신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 법안은 즉각적인 국제적 반발을 불러왔다.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 자셈 모하메드 알부다이위는 해당 조치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집트와 파나마가 통행료를 징수하는 수에즈·파나마 운하는 인공 수로인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제 해협이며 이는 UNCLOS상 결정적인 법적 차이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168개국이 비준한 이 협약은 ‘통과 통행권’을 보장하며, 연안국이 선박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차별하고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1982년 UNCLOS에 서명은 했으나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임스 크라스카 미 해군대학 국제해양법 교수는 “연안국이 국제 해협에서 수수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는 국제법상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카렌 영 연구원 역시 “현실적으로 실행이 거의 불가능한 구상”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 GCC 국가들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