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제재 대응, 두나무는 지배구조 변수 부각
상장보다 신뢰 회복과 구조 정비가 먼저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증시 입성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 약세와 자본환경 위축 탓에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지면서, 상장 추진보다 규제 대응과 지배구조 정비를 우선해야 한다는 기류가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현실화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 역시 상장 추진보다 선결 과제 해소에 전략의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코인게코 기준 글로벌 7위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은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안 등록신고서를 비공개 제출했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계획을 보류했다. 4위 오케이엑스(OKX)도 26일(현지시간) 미국 상장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와 수익률을 자신할 때만 상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국내 거래소 역시 상장 추진 기조는 유지하지만, 당장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IPO 일정이 아니라 상장 전 정비 과제다. 국내에서는 빗썸이 가장 직접 IPO를 추진해 온 거래소로 꼽힌다. 빗썸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빗썸에이를 분할하는 등 지배구조를 바꿨다. 다만 최근에는 상장 일정 자체보다 상장 심사를 통과할 수준의 내부통제와 준법 체계를 충분히 갖추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7일 빗썸에 대해 영업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관련 의무 위반 적발에 따른 조치다. 2월 초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까지 겹치며 시장 신뢰를 다시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이 때문에 31일 열리는 빗썸 주주총회는 IPO 드라이브를 재점화하는 자리라기보다 경영 연속성과 수습 체제를 확인하는 성격이 더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원 대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두나무는 한때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시장은 당장의 IPO 일정이 아니라 지배구조 변수에 주목한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문제,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 등 상장 이전에 정리해야 할 구조적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기업결합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결합이 시장지배력 확대와 경쟁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 중이다. 두나무 역시 31일 주주총회를 열지만, 안건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등 비교적 정례적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상장의 핵심 변수가 성장성보다 신뢰와 구조 안정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 모두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의 선결 과제가 실적이나 거래대금 확대보다 시장 신뢰, 자금환경, 규제 대응, 지배구조 정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