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중심 체제 강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잇따른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통해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인사 변화가 아니라 사업 구조 전환과 리스크 대응을 위한 ‘CEO 리셋’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명인제약, 코오롱생명과학 등 주요 제약사들이 최근 대표이사 교체 및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 공통으로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를 강화하거나 리더십을 재정비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흐름이 맞닿아 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 체제의 마감을 예고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과의 갈등과 내부 경영 이슈가 겹치면서 조직 안정과 의사결정 구조 정상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달 12일 이사회에서는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부문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내세운 신규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으며,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선임될 전망이다.
황 대표가 선임될 경우 한미약품은 197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LG화학 기술연구원 출신인 황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종근당홀딩스 대표 등을 역임한 인물로, 제약바이오 산업 이해와 금융·투자 경험을 겸비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명인제약은 오너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관순 전 한미약품 부회장과 차봉권 총괄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제네릭 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신약 개발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 공동대표는 한미약품 재직 시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 공동대표는 1990년 공채 1기로 입사해 중추신경계(CNS)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내부 전문가로, 조직 안정과 운영 효율화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명인제약은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조직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생명과학도 리더십 교체를 통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한국 전 건일제약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같은 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대웅제약과 대웅바이오에서 원료합성, 해외 인허가(RA), 사업개발(BD) 등을 담당했으며, 건일제약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메가’의 유럽 허가와 해외 사업 확대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25년 취임한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대표와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내 바이오 사업 간 시너지 강화도 기대된다.
회사 측은 글로벌 인허가 전략 수행 역량과 함께 개발·제조·허가·상업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고려해 이 대표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 제약사들이 동시에 CEO 교체에 나서는 배경에는 산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이 커지고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다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 규모는 확대되는 반면 성공 확률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오너 중심 의사결정보다는 데이터 기반 판단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