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길 KCL 원장 "단순 검증 넘어 '전주기 신뢰' 책임⋯3-3-3 모델로 글로벌 도약" [이슈앤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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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미래 신사업 중심 체질 개선 단행…사상 최대 3500억 실적 달성
독일 프라운호퍼 벤치마킹한 '3-3-3 모델' 이식해 지속 가능한 성장 주도
"변화의 속도가 곧 경쟁력엄격한 원칙과 신속한 서비스로 가교 역할 할 것"

▲천영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이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단순한 시험·인증기관을 넘어 산업 전반의 신뢰를 책임지는 '전주기 신뢰성 플랫폼 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기술이 연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증과 신뢰성 검증을 거쳐 산업 현장과 시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KCL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천영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은 '한국형 시험·인증기관'의 현재와 미래상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KCL은 기업이 만든 제품과 기술이 표준이나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 검증하는 국가 시험·인증기관이다.

산업통상부 에너지정책실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쳐 2024년 11월 KCL 지휘봉을 잡은 천 원장은 취임 직후 전면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해 국내 시험·인증기관 최초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 단숨에 3500억원 이상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투데이는 27일 천 원장을 만나 KCL의 파격적인 혁신 행보와 향후 글로벌 도약 전략을 들었다.

천 원장은 단기간에 이례적인 성장세를 이끌어낸 비결로 과감한 '조직 체질 전환'을 꼽았다.

그는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존 에너지·방산·건설·생활환경 등 주력 사업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한편 모빌리티·전기전자·우주항공·인공지능(AI)·해외사업 등 신산업 분야의 역량을 대폭 강화해 KCL의 체질을 '미래 성장동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 구조 역시 단순한 개편에 그치지 않고,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재설계했다"며 "이러한 구조 혁신이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진 핵심 원동력"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KCL은 '2030년 매출 5000억원'이라는 중장기 전략 목표 'KCL Vision 3050'을 수립했다.

천 원장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신뢰·소통·성과중심·글로벌·고객만족경영의 5대 경영지침을 선포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미래 신사업·글로벌 진출·윤리경영을 중심으로 주요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노동조합과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적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원장이 KCL의 강력한 미래 청사진으로 삼고 있는 핵심 롤모델은 독일의 대표적인 응용과학 연구기관 '프라운호퍼(Fraunhofer)'다. 그는 공직 시절부터 이어온 철학을 바탕으로 KCL에 이른바 '3-3-3 모델'을 이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산업통상부 재직 당시 기술혁신 업무를 수행하며 연구기관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 공공 연구과제, 민간 수주를 통한 재원을 각각 3분의 1 수준으로 균형 있게 구성하는 3-3-3 모델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프라운호퍼는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재정 안정성과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임 후 KCL의 매출 구조를 분석해 본 결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와 산업 현장의 서비스가 연구개발(R&D) 및 민간 수요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일부 재원 구성의 편중을 전략적으로 보완한다면 3-3-3 모델에 기반한 국제적 시험·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KCL은 융복합 시대를 맞아 AI와 데이터 기술 기반의 미래 신산업 분야로 영토를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천 원장은 "AI는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핵심 분야로, KCL은 역할을 '사후 검증'에서 '산업 전주기 신뢰성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 자율주행·모빌리티 AI, 의료 AI, 반도체 AI 등 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시험·검증·컨설팅을 통합 지원한 결과 AI 사업이 전년 대비 약 90% 성장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기존 서초 사옥을 AI 친고객 협력 공간으로 전환해 기업·연구기관과의 협업, 기술 상담, 공동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한 개방형 산업 지원 허브로 탈바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모빌리티 실증캠퍼스 구축,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안전 실증기반 확대, 5G·6G 고성능 무선 분야 안전확인(KC) 시험기관 지정 확보 등 차세대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의 혁신을 돕고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 전초기지를 구축하는 것 역시 천 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KCL은 최근 충남중기청, 기술보증기금과 '원스톱 지원 체계' 협약을 맺었다. 천 원장은 "현행 기존 표준만으로는 융복합 제품의 성능을 충분히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시험·평가와 기술 자문을 실효성 있게 지원하고 있다"며 "주력 사업총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수도권, 충청권 등 권역별 사업장을 통합 관리해 중소기업이 연구장비 활용부터 NEP·NET 인증까지 전주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영토 확장 기세도 매섭다. KCL은 지난해 핀란드 배터리 사업에서 40.7% 성장을 일구고 중국 사업장 목표를 110% 초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천 원장은 "해외 거점을 단순히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유수 기관이나 기업 내에 시험·인증 체계를 구축하는 '랩-인-랩(Lab-in-Lab) 모델'로 고도화하고 있다"며 "2030 글로벌 비전에 따라 향후 8개국 12개 거점 구축과 전문인력 50명 확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터뷰에서 천 원장이 거듭 강조한 가치는 혁신을 향한 '속도'와 시장의 '신뢰'였다.

그는 내부적으로 'Innovation Day'를 개최해 소통을 늘리고 챗봇 등 맞춤형 경영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한 결과 의사결정의 속도와 책임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천 원장은 "'변화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에 도전하는 조직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원칙은 더욱 엄격히 지키되 서비스는 더욱 신속하고 편리하게 개선해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가교역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 원장은 한양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 및 과학기술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술고시 30회에 합격해 1995년 공직에 입문한 뒤 산업통상부에서 산업기술정책과장, 정책기획관, 원전수출기획단장, 에너지정책실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24년 11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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