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 의무 소홀 책임 부각
1990년대 대형 담배회사 상대 소송과 유사
SNS 산업 전반 법적 리스크 급부상
메타 등 항소 예고…전망은 불투명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평결을 내렸다. 그동안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여겨지던 SNS 이용 문제를 기업 책임으로 돌린 첫 판결 사례로 향후 빅테크의 알고리즘·콘텐츠 설계 방식 전반에 대한 법적 책임 논쟁이 본격화될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BBC,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에 총 600만달러(약 90억원)를 원고에게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는 원고가 겪은 피해에 따른 300만달러의 배상액과 같은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합친 액수다. 평결이 확정되면 전체 배상액의 70%는 메타가, 나머지 30%는 구글이 부담해야 한다.
원고인 20대 여성 ‘케일리 G.M.’은 6세에 유튜브 사용을 시작하고 9세에는 인스타그램, 11세가 됐을 땐 스냅챗을 시작했는다. 이후 SNS 중독 영향으로 우울증과 신체 장애 등을 겪었다며 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NYT는 이번 재판에서 원고 측의 논리가 1990년대에 흡연자와 주 정부 등이 대형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 역사적인 ‘빅 타바코 사건’과 유사하게 흘러갔다고 분석했다. 당시 사건에서 원고 측은 담배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중독성과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주장했다. 담배회사들은 1998년 2600억달러라는 금액을 향후 25년간 46개 주 정부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원고 측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SNS 플랫폼들이 중독 위험성을 인지했으면서도 아무런 방지 대책 없이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에서는 원고의 논리를 수용했다.
NYT는 “그간 메타를 비롯한 플랫폼 업체들은 SNS가 중독성이 있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주장하며 보상을 회피해왔다”면서 “이번 평결을 통해 SNS가 소비자에게 실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새로운 법적 이론이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메타와 구글 모두 이번 평결 이후 성명을 통해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는 등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는 SNS 플랫폼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서도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강한 처벌을 내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날 뉴멕시코주 1심 법원에서는 배심원들이 아동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고 아동 성착취를 알고도 은폐했다며 메타에 3억7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번 평결로 미국 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재판들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커진 것도 SNS 플랫폼에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NYT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유사한 소송이 약 2000건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인 SNS 규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호주를 시작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