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따른 유가·물가 상승에 경제적 어려움 가중
“엘리트가 우리 삶 몰라” 반감에 트럼프 지지 유지
정체성 정치 강화로 분열 지속 전망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산업 쇠퇴와 빈곤이 누적된 지역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트럼프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 계층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활비 전반을 끌어올리며 저소득층의 체감 경기 악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캠브리아 카운티의 소도시 존스타운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애팔래치아산맥 인근에 있는 이곳은 철강과 석탄 산업으로 번성했지만 산업 쇠퇴 이후 빠르게 침체됐다. 도심에는 한때 미국 철강 산업을 대표했던 베들레헴스틸의 공장 건물들이 노후화된 채 방치돼 있다.
캠브리아 카운티는 백인이 92%, 고졸 이하가 다수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백인 노동자 지역이다. 현지 비영리단체 조사에 따르면 캠브리아 카운티 주민의 44%가 최소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존스타운 시내로 범위를 좁히면 이 비율은 70%에 달한다. 주거비와 의료비, 식료품 비용을 충당하기조차 어려운 가구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약물 의존과 알코올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어려움이 만연해 있으며, 관련 지원 시설에는 생활 기반을 잃은 주민이 모여들고 있다. 이들 시설은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공동체 활동과 정서적 교류를 통해 회복을 돕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절망사’ 개념으로 설명돼 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이 정의한 이 개념은 경제적 좌절이 누적된 계층에서 나타나는 건강 악화와 삶의 질 저하를 의미한다. 러스트벨트(쇠퇴한 공업지대)에서는 2000년대 이후 이러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의 절망사 관련 지표는 2017년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리사 데이비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의 기반 약화는 생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존스타운에서는 월마트 같은 대형 식료품 매장이 철수하고 대신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1달러 숍’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매장은 고열량·가공식품 중심으로 구성돼 주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졸 이하 노동자의 평균 임금으로 대학 1년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노동 시간은 약 636시간으로, 1970년대의 네 배 수준으로 늘었다. 저학력 노동자 가정에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빈곤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
약물 문제 역시 구조적 원인과 맞물려 확산됐다. 1990년대 후반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가 처방약 형태로 확산하면서 이 지역이 주요 소비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각종 마약이 유입되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처럼 경제와 사회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체감할 만한 개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현지 정치인들조차 “지역 경제가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 예산 축소 정책이 부담을 키웠다.
그럼에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여전하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재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핵심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견고한 지지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정치권과 엘리트층이 자신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강요해왔다고 인식한다.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한 반감과 자존심이 트럼프를 계속 지지하게 되는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또한 무조건적인 복지 확대보다 자립과 노동을 중시하는 가치관도 중요한 요인이다. 일부 주민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기존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존엄의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고 짚었다. 지역 경제의 회복과 사회적 통합 방안을 찾지 못하면 반엘리트 정서와 정치적 분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