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40% 몰린 수도권, 화장로는 고작 25%…"공공 입찰 방식 개선해 제대로 지어야" [화장터, 기피 넘어 공존으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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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화장시설 실태 (notebookLM 제작) (보건복지부)

국내 장례 문화는 기존 매장 중심에서 화장으로 완전히 재편됐지만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장사 인프라 확충은 더디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화장 시설 수급 불균형이 고착돼 해마다 ‘화장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5일 보건복지부 ‘장사업무 통계’ 분석 결과 2024년 전국 화장률은 94.0%로 나타났다. 1993년 19.1%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약 30년 새 상전벽해한 셈이다. 서울의 화장률은 94.7%에 달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장례 방식으로 화장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필수 인프라인 화장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4년 기준 전국 화장 시설은 총 62개소, 화장로는 400기(운영 338기, 예비 62기) 수준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의 경우 화장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체 시신 화장 실적 34만1055건 중 39.6%인 13만5222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했지만, 수도권 내 화장 시설은 단 7개소로 2024년 당시 기준으로 전국 화장로의 25.8%인 103기만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화장로의 4분의 1 규모로 전국 화장 수요의 40%를 감당하고 있는 구조다.

수도권 화장 시설 증설이 진행 중이지만 수요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다. 올해 기준으로 집계한 수도권 화장로는 112기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화장로는 2개소 총 38기다.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터)이 23기를 운영 중이며,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이 지난해 8월 4기를 추가해 현재 15기를 가동하고 있다.

경기 지역은 4개소에 총 54기의 화장로를 운영 중이다. 화성시 소재 함백산추모공원은 기존 13기에서 올해 초 18기로 5기 증설해 운영 중이다. 이어서 성남시(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 15기, 용인시(용인평온의숲) 12기, 수원시(수원시연화장) 9기 순이다. 여기에 인천시(인천가족공원)가 운영하는 20기를 더해도 수도권 사망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장례 인프라 수급 불균형은 환절기나 겨울철 등 사망자가 몰리는 시기에 유족을 괴롭힌다. 제때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3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4일장, 5일장으로 장례를 미루는 경우가 발생한다. 비싼 요금을 감수하고 충청·강원권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 화장’을 떠나야 하는 불편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기피시설 낙인이 찍힌 화장장 신규 건립을 가로막는 ‘님비(NIMBY)’ 현상도 해결 과제다.

김시덕 을지대 죽음문화연구소장(장례산업전공 교수)은 공설 장사시설이 기피 시설을 벗어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입찰 제도 전면 개편’을 꼽았다. 김 소장은 “공설 장사시설 건립 시 제일 큰 문제는 최저가 입찰로 이런 구조 속에서 제대로 된 시설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평가 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을 10% 수준으로 낮춰 가격이 낙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설 화장장 건립 시 디자인에 할당되는 비용의 비중은 전체의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인 상황이므로 기획 단계부터 미적 디자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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