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데이터 한계”…의료 AI·신약개발 ‘성차 반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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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 김은하 고려대 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교수, 박선미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차 과학 및 성차 의약학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상민 기자 imfactor@)

의료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전반에 성별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성 중심으로 축적된 데이터와 연구 설계가 신약 부작용과 진단 오류 등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성차 연구를 국가 연구개발(R&D)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차 과학 및 성차 의약학 활성화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성차 분석 기반 국가 R&D 방향과 제도 개선, AI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성차 분석을 고려하지 않은 연구가 신약 부작용이나 의료기기 설계 오류 등 예상치 못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성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를 연구개발 정책의 핵심 기준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김태형 바이오넥서스 대표는 “성차 구분 없이 데이터가 축적되면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된다”며 “남성 중심 설계로 성차 신호가 은폐되고 출시 이후 부작용을 사후 대응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연구자가 수십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성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 차원에서 초기 단계부터 성별 라벨링을 의무화하고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하 고려대 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교수는 연구 현장의 관행 문제를 짚었다. 그는 “성별 취약성과 회복력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과학자의 편의에 따라 특정 성별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임상 연구에서 수컷 동물만 사용한 결과가 임상에서 재현되지 않고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성차 연구는 시간과 비용이 두 배 이상 드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장기적 기초 연구 지원과 다중 오믹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 현장에서도 성차 반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선미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여성의 약물 부작용 발생률이 남성보다 1.5~1.7배 높다”며 “남성 중심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차를 반영한 AI는 오진 감소와 의료비 절감, 환자 안전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임상 가이드라인을 성별 맞춤형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차 연구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언급했다. 백영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과장은 “정밀의료 구현을 위해 연구 단계부터 개인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이미 성차를 반영한 AI가 개발되고 있고 국가통합바이오데이터 사업에서도 성별 차이를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연구개발 자원이 제한돼 있어 전면적 반영에는 어려움이 있다. 학계와 국회와 협의해 정책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백영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과장(왼쪽)과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상민 기자 imfactor@)

법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행 제도는 성별 특성 반영 원칙은 있지만 연구 설계 전반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 전주기에 성별 특성 검토를 내재화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백혜련·남인순(더불어민주당)·백선희(조국혁신당)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 주최했으며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의 주관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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