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수급자 ‘탈빈곤 효과’ 12%⋯'중산층 복지' 변질 [기초연금 구조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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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수급으로 빈곤층→비빈곤층 이동, 전체 수급자의 11.6%

기초연금의 ‘탈빈곤’ 효과가 10%대 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범위한 수급범위에 노인인구의 소득수준 향상이 맞물리면서 기초연금이 ‘중산층 복지정책’으로 변질했다.

이투데이가 23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기초연금의 노인빈곤 개선 효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노인빈곤율은 36.7%로 집계됐다. 2024년 국가데이터처 공표치인 35.9%와 큰 차이가 없다.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따른 빈곤선(균등화 처분가능소득 중윗값의 50%)은 135만7751원이다.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의 43.1%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빈곤선보다 낮은 빈곤층에 해당했다. 나머지 56.9%는 소득이 빈곤선 이상인 ‘중산층’과 ‘부유층’이었다. 분석에는 소득 계절성·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2분기 데이터를 활용했다.

기초연금 수급자 중 기초연금을 받아 빈곤층에서 비빈곤층으로 이동한 비율은 11.6%에 불과했다. 이는 기초연금의 직접적인 탈빈곤 효과다. 수급자의 45.3%는 기초연금을 제외한 소득도 빈곤선보다 높았다. 특히 수급자의 13.3%는 기초연금을 제외한 소득이 전체 인구의 소득 중윗값을 웃돌았다. 중윗값의 150% 이상인 부유층 노인 비율도 3.6%였다. 기초연금 재정의 절반 이상이 기초연금 없이도 중산층 이상에 해당하는 노인들의 ‘용돈’으로 쓰이는 상황이다.

어디부터 잘못됐나⋯수급범위의 함정

이 같은 문제는 ‘노인 소득 하위 70%’로 정해진 기초연금 수급범위에 기인한다. 정부는 매년 기초연금 수급대상이 전체 노인의 70%가 되도록 선정기준액(소득인정액의 상한선)을 정하는데, 상대적으로 소득·자산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에 진입하면서 최근 수년간 선정기준액이 가파르게 올랐다.

산술적으로 근로소득이 116만 원 미만이고 기타소득이 없는 부부가구는 대출 없이 13억2060만 원 상당의 자가를 보유해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된다. 재산이 공제액 미만이라면 단독가구는 국민연금 200만 원에 더해 근로소득 250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는다. 같은 조건의 부부가구는 근로소득 상한이 월 600만 원을 넘는다.

반론도 있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선정기준의 상한액을 기준으로 산술적인 극단 사례를 통해 수급 대상자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노인들의 현실에서의 삶과는 동떨어진 결론을 미리 정해 놓은 섣부른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마 산술적으로 고소득·고자산가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초연금의 절반가량이 통계적 중산층 이상인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것도 맞다. 연금행동의 주장에 허점이 있는 이유다.

정부 개선안 ‘하후상박’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엑스(Xㆍ옛 트위터)를 통해 “월수입이 수백만원 되는 노인이나 수입이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다. 이제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되겠지요”라며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한데 여러분 의견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에 정부도 기초연금 개편 검토에 착수했다.

관건은 재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부감액’ 제도만 단계적으로 폐지해도 2030년까지 5년간 연평균 3조3000억원, 총 16조7000억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추가로 빈곤 노인의 기초연금액을 올리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다.

수급범위 개편론의 배경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있다.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의 30~35%는 기초연금을 받아도 소득이 빈곤선보다 낮다. 수급범위 축소와 수급액 인상을 병행하면 ‘같은 돈’으로 노인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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