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정치인, 삭발을 택하다"… 박형준의 결단, 부산특별법은 왜 멈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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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장 이 삭발하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있다. (사진제공=부산시)

박형준 부산시장이 23일 국회에서 머리를 밀었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부산발전특별법)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선택이다. 평소 “삭발이나 단식 같은 극단적 방식은 맞지 않는다”고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의 원칙을 접은 결단이다.

박 시장은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당리당략에 가로막히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며 “부산 시민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논리와 합리’를 강조해온 정치인이 감정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낸 배경에는, 제도권 정치에 대한 한계 인식이 깔려 있다.

"부산을 싱가포르처럼"… 멈춰 선 특별법

부산발전특별법은 부산을 싱가포르·홍콩·두바이와 같은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핵심 입법이다. 물류·금융·신산업·관광·교육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담고 있다. 정부 부처 협의까지 마쳤고, 160만 시민 서명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상태다.

박 시장은 “이 법의 유무가 부산의 미래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해양 수도 전략,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의 축으로서 부산의 위상을 좌우할 제도적 기반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북·강원은 되고 부산은 왜"… 형평성 논란

박 시장의 문제 제기는 형평성에 맞춰져 있다. 전북특별법과 강원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유사한 성격의 부산발전특별법만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건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 법안 발의자인 전재수 의원을 직접 거론하며 “답하라”고 촉구했다. “글로벌 해양수도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빈말이냐”는 직격도 이어졌다.

“표가 되는 일은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룬다”는 발언에는 여야를 향한 불신이 동시에 담겼다. 단순한 법안 지연이 아니라, 지역 현안이 정치적 계산 속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치적 퍼포먼스’인가, ‘마지막 카드’인가

일각에서는 삭발을 두고 정치적 메시지 강화, 혹은 선거를 앞둔 민심 결집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선을 긋는다. 제도권 내 협의와 설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한 ‘마지막 카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박 시장의 행보는 기존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합리와 설득을 강조해온 정치인이 감정의 상징을 택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신호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문턱 앞에서 멈춘 부산의 시간

박 시장은 이번 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단순하다. 이미 정부 협의를 마친 법안이 왜 국회에서 멈춰 있는가, 그리고 그 지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다.

삭발은 메시지다. 그러나 메시지로 법이 통과되지는 않는다. 결국 답은 국회에 있다.

부산의 미래 전략이 정치 일정에 종속될 것인지, 아니면 정책의 문제로 다뤄질 것인지.

그 갈림길에서, 여의도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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