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상속] ‘상속권 상실’ 도입, 뭐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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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동체의 유대보다 개인의 재산권과 ‘준 만큼 받는다’는 실질적 형평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우리 상속 법제의 근간이자 난공불락의 성벽 같았던 유류분 제도가 2026년 봄, 마침내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유류분 상실 사유와 기여분 규정 부재에 대해 내려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뒤로하고 3월 17일 개정 민법이 공포·시행된 것이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헌재의 권고를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학계와 실무계가 제기해 온 해묵은 논의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상속법의 대수술’이라 할 만하다.

이번 개정안에서 국민적 관심이 가장 집중된 대목은 단연 ‘상속권 상실 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며 우리 사회에 뜨거운 화두를 던졌던 사안이다. 천안함 사건이나 고(故) 구하라 씨 사례에서 보듯,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은 부모가 사후에 나타나 거액의 상속분을 챙겨가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법적 제동이 걸린 것이다. 기존 민법에도 상속 결격 사유가 있었으나, 이는 고의로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등 극단적인 범죄 행위에 국한되어 실효성이 낮았다.

새로운 법 체제에서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 대해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할 수 있다. 혈연 중심의 기계적 배분에서 벗어나, 유대와 도리라는 실질적 가치를 상속의 전제로 삼겠다는 법적 의지의 표명이고, ‘의무를 저버린 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정의의 실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적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뒤에는 실무적인 난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중대한 위반’이나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요건 자체가 대단히 추상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구체적인 판례가 축적되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기기 전까지,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부모님을 돌보지 않았으니 상대의 상속권을 박탈해달라”는 청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사건들이 있다. 특히 상속권 상실 청구가 제기되면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기존의 상속재산분할 절차는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소송 기간의 장기화와 비용 증가로 이어져, 유족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우려가 크다.

기여분이 유류분 반환 청구의 강력한 방어막으로 명문화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고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의 유지 및 형성에 공이 큰 상속인의 몫을 유류분 산정 시 우선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어느 정도 인정되어 왔으나, 이를 명문 규정으로 도입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꾀했다. 하지만 이 역시 뒤집어 보면 유류분을 청구하는 쪽과 이를 방어하려는 기여 상속인 사이의 입증 책임 공방이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필자가 특히 눈여겨보는 변화는 유류분 반환 방식의 원칙이 ‘원물(物)’에서 ‘가액(價額)’으로 전환된 점이다. 그동안 부동산 지분이 원치 않는 공유 관계로 얽히고설키던 불합리는 해소되겠지만, 반환 의무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압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증여받은 부동산 지분 일부를 넘겨주면 그만이었으나 이제는 그 가치만큼 현금으로 환산해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대다수 상속인이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급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도소득세나 중개 비용 등은 유류분 반환 금액 산정 시 고려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유류분을 내줘야 하는 상속인은 과거보다 더 큰 실질적 경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민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와 국민 정서를 반영한 진일보한 변화임이 분명하다. 가족 내의 불공정을 바로잡고 고인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입법 취지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는 양날의 검과 같다. 정교한 운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족 간의 정의를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형제 자매를 끝없는 법정 싸움으로 몰아넣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개정된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뿌리 내릴지는 이제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당분간 상속을 둘러싼 법적 지형의 변화와 판례의 흐름을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의 잣대로 가족의 도리를 재단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건강한 상속 문화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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