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감원 지침 있더라도 계약상 근거 없으면 인정 어려워”
PF 실무 변화 가능성⋯“이자 유예 극히 제한적으로 바뀔 수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사실상 기준처럼 활용돼 온 금융감독원 지침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자 유예 기간까지 연체로 간주해 지연손해금을 매겨온 금융권 관행과 달리 법원이 ‘연체 여부는 개별 계약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다. 그간 금감원 지침을 근거로 회수 구조를 설계해온 금융권에 혼선이 불가피해지면서 PF 연착륙 전략 균열 및 현장의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등 대주단이 시행사 임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금감원 지침과 별도로 연체이자 적용 여부는 개별 계약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202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주단은 부동산 PF 사업에 10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으나 사업 악화로 만기를 네 차례 연장했다. 2023년 9월에는 기존 및 향후 발생 이자의 지급을 최종 만기 시점까지 미뤄주는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문제는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가면서 불거졌다. 공매를 통해 910억원이 회수됐지만 일부 이자와 지연손해금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했다.
대주단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채 협약이 종료됐으므로 이자를 유예해준 기간 전체를 연체기간으로 산입해 연 10%의 연체이자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금감원은 협약 기간 중 이자가 일부 상환됐더라도 원리금이 완납되지 않은 채 종료되면 해당 기간 전체를 연체기간으로 산정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금융권에 내려보낸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출 만기가 연장됐고 이자 지급 역시 합의하에 이뤄진 만큼 약정된 최종 만기일(2024년 1월)이 지나기 전까지는 연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연체이자 인정 범위가 축소되면서 채무액도 약 500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
금융권은 이번 판결이 PF 부실 정리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사업 정상화를 위해 활용해온 ‘이자 유예’가 오히려 회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대주단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이자를 유예해줄 유인이 사라진다”며 “이자 유예 등 구제책이 극히 제한적으로 변해 PF 연착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해당 지침이 ‘이자 산정 기준’이 아니라 ‘건전성 분류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 시작 시점을 어디로 볼지에 대한 감독상 판단일 뿐 실제 적용 이자율은 계약에 따르는 것”이라며 “건전성 분류와 이자 부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