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의 역설…SW 기업, 사모대출 최대 리스크 부상 [그림자대출의 역습 中-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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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장 투자’ 여겨진 SW 기업가치 급락
‘디폴트 위험군’ 비중, 전체 대출의 31%
불투명한 사모대출 구조에 충격 가늠 어려워

▲사진은 고심하는 투자자의 모습. (출처 출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금융시장에서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사모대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기존 SW 사업 모델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로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그 여파가 신용시장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많은 사모대출 기관이 기업용 SW와 기술 기업, 비즈니스 서비스, 헬스케어 기업을 가장 매력적인 기업으로 판단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는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SW 기업 투자는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졌다.

SW 산업은 높은 전환 비용 때문에 이용자 이탈이 적어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소비자 대상 기업보다 기업 고객 기반의 구독형 매출 구조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도 대출 기관들의 선호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SW 차입 기업들이 사모대출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으며, SW 기업에 대한 사모대출 규모는 기록적인 수준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핵심 차입자인 SW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구조적 위험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은 AI가 기존 SW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한다. AI 기반 코딩 도구와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SW 주식은 올해 들어 급락세를 보였다.

모닝스타는 “결국 지금의 상황은 지난 20년 동안 금융시장에서 ‘안전한 성장산업’으로 여겨졌던 SW 산업이 새로운 기술혁명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며 “그 충격의 진원지는 이제 주식시장을 넘어 사모대출이라는 또 다른 금융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모대출 시장에서 SW 업체들의 부실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링컨인터내셔널이 사모대출 운용사 225곳의 기업 대출처 약 7000곳을 조사한 결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군’에 속한 ‘나쁜(Bad) PIK’ 기업 비중이 전체 대출의 31%에 달해 2021년 말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사모대출은 이자를 바로 내지 않고 원금에 더하는 ‘PIK’ 옵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쁜 PIK’는 처음부터 이런 조건이 적용되지 않고 기업의 경영 악화로 상환 도중 긴급하게 PIK로 전환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는 아직 디폴트는 아니지만 예비 단계로 간주된다.

더욱 큰 문제는 AI 관련 우려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사모대출의 불투명한 구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개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및 상장 회사채와 달리 실시간 시장 가격이 없다. 또 대부분 신용등급이 부여되지 않는 대출이기 때문에 신용평가사의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신용 헤지펀드사인 데이비드슨켐프너캐피털매니지먼트의 토니 요셀로프 매니징 파트너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SW 대출을 둘러싼 최근의 공포는 완전히 합리적”이라며 “금리가 낮던 시기에 의심스러운 대출이 지나치게 많이 이뤄졌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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