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공급 감소...제조업 전반 연쇄 타격
플라스틱 가격 기존 5배 될 수도
일본, 완성차 업체 벌써 감산 들어가

중동 분쟁의 파고가 깊어지면서 이르면 5월부터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국내 제조업 전반에 ‘공급 절벽 쇼크’가 덮칠 것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수급 불균형에 따른 물량 부족 사태가 가시화될 경우, 원가 상승과 마진 급등이 맞물려 산업계 전반에 걷잡을 수 없는 연쇄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NCC(나프타 분해설비) 가동률 조정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동발 나프타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원재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NCC는 중동 원유·나프타 의존도가 높아 운임과 조달 시간, 계약 조건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불리한 구조에 놓여 있다. 공급 차질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기지인 여천NCC가 원료 수급 문제로 ‘공급 불가항력(포스마주르)’을 선언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화학사들도 일부 제품에 대해 공급 차질 가능성을 잇달아 통보했다.
중동 원재료 조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3월부터 가동률 하향이나 조기 정기보수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며, 이외 업체들의 경우 3월 말까지는 선별적인 가동률 조정이나 현 수준으로의 정상 가동 이후, 4월부터 사태 추이를 감안해 좀 더 적극적인 가동률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업황 부진 장기화로 이미 가동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가동률 조정은 산업 전반의 추가적인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원유 및 나프타의 약 6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직접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NCC 가동률은 현재 80~90% 수준에서 40~50%까지 떨어질 수 있는 반면, 에탄 기반 생산 구조를 갖춘 미국은 오히려 가동률이 100%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시아는 구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구도다. KB증권은 중동 사태 지속시 4월 말 동남아를 시작으로 5~6월 한국과 유럽, 7~8월 미국까지 순차적으로 산업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피해가 석유화학 업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프타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의 원료로, 플라스틱과 합성수지를 거쳐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거의 모든 제조업에 쓰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나프타를 ‘산업의 쌀’로 부른다. 플라스틱이 최종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 않다. 자동차 약 150kg(20만원), 스마트폰 30g(50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물량이 부족해지면 기존 가격의 5배를 주고서라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유사한 충격이 현실화됐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폴리염화비닐(PVC) 가격을 20% 인상하고 생산을 줄이면서 닛산과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도 차량 감산에 들어갔다. 원료 부족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전형적인 공급망 충격이다.
정부는 이번주 중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수급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길어질 경우 조선과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같은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중동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한국 NCC 가동률이 현재 80%대에서 40~5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에틸렌 공급 역시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며 “사태가 길어질 경우 조선을 포함한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