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서 동맹국 간 경쟁 격화 가능성
“한국판 IRA·생산 보조금 등 논의 속도 내야”
일본 정부가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 후보군에 배터리 산업을 포함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유럽 시장 입지가 약해진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서도 동맹국과의 경쟁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이 추진 중인 5500억달러(약 82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배터리 산업이 2차 프로젝트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앞서 1차 프로젝트로 가스 화력발전, 원유 수출 인프라 정비,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집계를 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일본 업체는 파나소닉이 사실상 유일하다. 상위권은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3개사가 포진해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 ‘텃밭’으로 꼽히던 유럽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CATL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최근 50%까지 올라왔고, 헝가리·스페인 등 현지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서며 역내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아 각국의 고율 관세에도 시장 영향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시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사실상 마지막 성장 축으로 꼽힌다. 특히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은 향후 실적 반등의 핵심 거점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본이 대미 배터리 투자를 확대할 경우 미국 시장의 경쟁 환경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단기간에 일본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지만 배터리 공급망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 간 대항전’으로 확산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나 생산 보조금 등 실질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논의가 오래 지연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국내산 소재에 대한 생산·구매 보조금 등 체감할 수 있는 즉각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