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시장 충격 가장 커… 규모별 ‘이행 지원 안전망’ 시급

국내 상장사 10곳 중 4곳 가량이 독립이사 요건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제도 이행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대기업보다 훨씬 커, 일률적인 규제 적용보다 기업 규모별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후즈굿(지속가가능발전소)이 발간한 ‘상법 3종 세트 개정이 한국 상장사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3597개사 가운데 36.8%(1067개사)가 독립이사 3분의 1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법 3종 세트’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순차 시행되는 상법 1~3차 개정을 뜻한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독립이사 3분의 1 의무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선임 3% 룰 강화와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 핵심이다. 특히 오는 7월 23일부터는 상장사의 ‘사외이사’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일반 상장사도 시행 후 1년 이내에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독립이사로 채워야 한다.
독립이사 의무화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은 더 컸다. 독립이사 3분의 1 요건 미충족 비율은 자산 1000억 미만 기업이 48.2%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00억~5000억 기업은 38.6%, 5000억~2조 기업은 28.4%였고 2조 이상 대형 상장사는 12.8%에 그쳤다. 같은 규제가 적용되더라도 실제 대응 여력은 기업 규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비용 부담의 격차는 더 극명했다. 후즈굿은 독립이사 확보에 드는 총비용을 연간 약 788억원으로 추산했다. 매출 50억 원 미만 소기업의 매출 대비 부담률 중위값은 3.40%로 매출 1조 이상 대기업의 0.01%보다 340배 높았다. 이에 리포트에서는 상법 개정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소기업에 대해 3~5년의 단계적 유예 특례(Phase-in)를 두고 전문 독립이사 인력 풀을 구축하는 등 정책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의 파급력도 컸다. 보고서는 전체 상장사의 87.8%인 2543개사가 3% 룰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 의결권은 평균 27.6%포인트 희석되고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803개사 중 473개사(58.9%)는 소수주주 연합이 선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자기주식 소각은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대목으로 꼽혔다. 자사주 의무소각 관련 시장반응(CAR)은 마이너스 2.48%로, 이사 충실의무 확대(-1.89%)나 감사위원 3% 룰 강화(-1.19%)보다 낙폭이 컸다. 후즈굿은 이를 두고 기업들이 자사주를 단순한 재무수단이 아니라 경영권 방어 장치로 활용해온 만큼, 소각 의무를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상법 개정의 충격이 상장사마다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대형 상장사는 자사주 소각과 경영권 이슈에, 소규모 상장사는 독립이사 확보 비용과 인력난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덕찬 후즈굿 대표는 "상법 개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규모별 이행 촉진 프로그램과 비용 보조 특례 등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행 초기에는 형식 미비에 대해 시정 권고 중심의 계도기간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