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고도비만 증가…국가 차원 관리 필요”

비만 치료를 질병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대부분의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다른 국가와 같이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비만학회는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제63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과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이날 “비만은 재발이 잦은 만성질환으로 치료가 쉽지 않지만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인식돼 비만 수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치료를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비만을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공적 재원을 통한 관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통해 행동상담 치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 치료제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단계적 급여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고위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앞서 이달 4일 국회에서 열린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을 ‘개인의 책임’에서 ‘국가 관리 영역’으로 전환하고 고위험군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단계적 건강보험 적용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합한 한국형 비만 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회는 특히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증가를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했다. 대한비만학회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소아·청소년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은 22.1%로 5명 중 1명 수준이다. 김 이사장은 “식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초기부터 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이 급격히 늘면서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비만 관리 정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지난해 11월 ‘비만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비만 예방의 날 지정과 정기적인 실태조사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지난해 1월 비만 질환 예방과 관리 정책을 국가가 종합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역시 이달 3일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과 3년 주기 실태조사를 추진하도록 했다. 학회는 유관 기관과 지속 소통하며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비만 치료에 대한 인식 전환: 다각적 접근의 시급성(Rethinking Obesity Care: Urgent Need for Multi-Approach)’을 주제로 비만 치료의 다학제적 접근 필요성을 논의한다. 기조 강연에서는 하버드 의대 신고 카지무라(Shingo Kajimura) 교수가 지방세포 에너지 대사 기전을 주제로 발표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 존 B. 부스(John B. Buse) 교수는 비만과 당뇨병을 하나의 질병 연속 선상에서 바라보는 최신 임상 관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