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은채가 ENA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을 통해 냉철하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가진 변호사 강신재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강신재는 뛰어난 전략과 판단력으로 사건을 이끄는 인물이지만,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상처와 갈등을 마주하며 더 깊은 감정선을 드러냈다. 정은채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며 “덕분에 2026년을 좋은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너: 그녀들의 법정’은 성범죄 피해자 사건을 맡은 세 명의 여성 변호사들이 거대한 권력형 사건과 20년 전의 진실을 쫓는 미스터리 법정극이다. 극 중 정은채가 맡은 강신재는 팀의 중심을 붙들며 사건을 실질적으로 헤쳐나가는 전략형 변호사다. 단호하고 빈틈없는 태도로 통쾌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복합적인 감정과 신념을 지닌 캐릭터다.
정은채는 강신재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여성 세 명의 친구 설정도 흥미로웠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무드도 인상적이었지만 어두운 정서가 있는 작품이라 단순한 재미로 선택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민의 시간이 조금 길었지만 결국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강신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멋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오히려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자신감과 확신이 있어야 그 에너지가 전달되는데 저는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역할을 맡으면 항상 두근두근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신재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강하고 멋있는 인물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통쾌한 대사를 하는 인물로 시작하지만 갈수록 더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뚫고 나가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한 캐릭터였다”며 “다양한 결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면적인 캐릭터였다면 맡지 않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은채는 강신재를 표현하면서 초반과 후반의 결을 나누려고 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모든 걸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더 흔들리고 상처 입는 캐릭터다”며 “그래야 더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고 했다.
연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은채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보다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작품이었다”며 “후반부로 갈수록 고민이 많아져 불면의 밤이 이어질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어려워서 더 재미있는 지점이 있었다”며 “숙제를 계속 던져주는 캐릭터가 배우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는 백태주와 마주하는 신들을 꼽았다.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백태주와의 관계가 굉장히 복잡해진다”며 “감정이 응축됐다가 폭발적으로 터지는 장면들이 많아 쉽지 않았지만 연우진 배우와 에너지가 잘 맞았다”고 돌아봤다.
강신재와 백태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단순한 적대 관계로 보지 않았다. 정은채는 “처음에는 서로를 떠보는 고수들의 만남 같은 느낌이었다”며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상태에서 각자 원하는 것을 위해 손을 잡는 관계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전우애에서 오는 감정 같은 것이 분명 있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 중 강신재가 끝까지 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서는 ‘신념’을 꼽았다. 정은채는 자신과 캐릭터의 싱크로율에 대해 “닮았다기보다는 닮고 싶은 언니 같은 인물”이라며 “리더십과 뚝심이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 지점은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드라마는 어떤 결말보다 그 과정 속 순간들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억지스러운 희망을 던지기보다 그래도 계속 살아가는 삶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픈 엔딩처럼 여운이 남는 결말이라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빛과 어둠, 선과 악이 항상 공존한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세 여성 배우의 호흡 역시 작품의 중요한 축이었다. 이나영, 이청아와 함께 연기한 그는 “셋 다 소탈하고 털털한 성향이라 잘 맞았다”며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어느 순간 오래된 관계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스케줄이 바빠 따로 만날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막내로서 근황 사진을 보내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한 지점에 대해서는 꾸준함을 언급했다. 정은채는 “특별한 성장의 순간이 있었다기보다는 계속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늘었던 것 같다”며 “작품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삶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결국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가족과 오래된 친구들, 함께 작업한 동료들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너’와는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 바로 다음 작품 촬영을 하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새로운 파도를 타는 느낌”이라며 “덩치 크고 멋진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캐릭터라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은채는 “매주 본방사수해주시고 결말을 궁금해해주신 시청자들 덕분에 힘을 많이 받았다”며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