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LNG선 인도 ‘변수’…VLCC 발주로 ‘방어’ [중동 리스크, 산업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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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에…카타르 LNG 선박 인도 지연 가능성
러·우 전쟁 때도 계약 취소 사례 있어
노후 선박 교체·톤마일 효과로 VLCC는 발주 기대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연안에 유조선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조선업계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인도 지연이라는 리스크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 확대라는 호재를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카타르 LNG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원유 운반선 시장에서는 노후 선대 교체와 항로 우회 수주 확대 기대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수주한 카타르 LNG 운반선 물량은 약 64척으로 추정된다. LNG 운반선 가격이 척당 약 2억 달러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총계약 규모는 수십조원대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카타르는 북부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LNG 생산 확대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LNG선 발주의 핵심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심화하면서 프로젝트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 여파로 카타르 LNG 시설 일부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선주가 조선사에 인도 일정 조정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선업 특유의 ‘헤비테일’ 계약 구조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선박 건조 계약은 일반적으로 계약 대금의 상당 부분을 선박 인도 시점에 받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에 선박 인도가 지연되면 조선사의 현금 유입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전쟁으로 선박 계약이 실제로 취소된 사례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삼성중공업의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 계약 해지 사건과 한화오션이 러시아 소브콤플로트 계약 취소 사건이 대표적이다.

반면 최근 VLCC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버뮤다 지역 선사로부터 원유 운반선 3척을 4001억 원에 수주했고, HD한국조선해양 역시 그리스 선주와 2632억 원 규모의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원유 운반선 발주 확대는 구조적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우선 원유 운반선은 현재 노후선 교체 사이클이 도래해 발주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원유 운반선의 절반가량이 15년을 넘긴 노후 선박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 긴장으로 우회 항로를 택하다 보면 항로가 길어져 추가 발주가 이어지는 ‘톤마일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일부 LNG 운반선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조선사 입장에서 반드시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선가가 크게 상승한 덕에 계약이 취소된 선박을 시장 가격에 맞춰 재판매하면서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LNG 운반선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확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LNG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고유가 기조 시 한국 조선사들이 부담하게 될 건조 원가 상승분을 탱커와 LNG 운반선 선가 상승 분이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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