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웃는 러시아...금속 공급망 대안 부상·원유 제재도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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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업, 러 알루미늄 기업과 협상 중”
전쟁 영향에 알루미늄 가격 4년래 최고 수준
인도, 미국 제제 완화에 러 원유 3000만 배럴 구매
EU 의장 “이번 분쟁 유일한 승자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표(사진에는 보이지 않음)와 면담하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중동 전쟁 확산으로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혼란이 커지면서 러시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인 루살과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전쟁에 알루미늄 무역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조치다.

일본과 루살의 협상은 약 일주일 동안 진행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휠과 엔진블록 등에 쓰이는 1차 주조합금 구매와 관련된 것이다. 일부 계약은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몇몇 한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도 루살과 협상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과 한국 기업 모두 인도와 기타 아시아 생산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으로부터 여러 제재를 받고 있다. 다만 루살의 알루미늄 제품 자체는 특별한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일본 기업을 비롯한 일부 구매업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자발적으로 루살과의 거래를 자제해 왔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다시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다른 원자재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영향으로 알루미늄 가격이 거의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페르시아만 지역 생산국들은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의 약 8%를 차지했다. 그밖에 NYT는 에탄올과 설탕, 요소, 황과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가스인 헬륨 등이 공급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 시장에서도 러시아의 존재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는 5일 미국 재무부의 한시적 예외 조치 이후 러시아산 원유 3000만 배럴을 구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가를 낮추고자 일부 관련 제재를 해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 대응과 대러 제재 유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이를 위해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면 자칫 우크라이나를 향한 결속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주유소 500곳에 대한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고 이탈리아는 석유 도매가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에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유일한 승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그는 걸프 지역 물자 공급 차질로 생긴 공백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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