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클러스터 투자 부담·창업주 별세 후 경영 난항

비임상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우정바이오가 매각되면서 국내 비임상 CRO 산업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동물실험을 줄이거나 대체하려는 정책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거래가 비임상 CRO 시장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우정바이오는 최근 콜마홀딩스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CB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 콜마홀딩스는 전체(3188만3339주) 주식 수의 47.22%에 해당하는 1505만3863주를 확보해 우정바이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우정바이오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독성시험과 약효 평가 등을 수행하는 비임상 CRO 기업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동물실험 기반 전임상 연구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CRO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 왔다. 2021년에는 경기도 화성에 민간 주도 최초의 신약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비임상 시험 비용 감면과 투자 연계 등을 지원하며 인큐베이팅 역할도 수행했다.
그러나 신약 클러스터 구축 과정에서 투입된 대규모 자금은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265.4%로 2024년 부채비율 222.4%보다 43% 포인트 증가했다. 2022년 219.65%에서 2023년 347.53%까지 급등한 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감소했다. 2022년 약 36억원, 2023년 54억원, 2024년 4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22억원으로 줄었다.
실적 흐름도 안정적이지 않다. 2022년 매출 469억원,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3년에는 매출 386억원,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4년에는 매출 432억원, 영업이익 1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25년에는 매출 약 376억원, 영업손실 40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창업주 천병년 회장이 작고하면서 경영 환경도 변화를 맞았다. 오너 2세 체제로 전환됐지만 업계에서는 경영 경험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천 회장이 작고한 이후 경영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그동안 천 회장의 네트워크와 리더십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지만 2세 경영 체제에서는 이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에 맡기는 판단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축소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줄이고 인공지능(AI) 기반 독성 예측이나 오가노이드 등 동물대체시험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화장품 분야에서는 이미 동물실험을 금지했으며 의약품 분야에서도 대체시험법 활용 확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활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동물실험 기반 비임상 시험을 수행하는 CRO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독성시험과 효능시험 등 동물실험 중심 서비스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등 대체시험 기술을 활용한 연구 서비스로 사업 구조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정바이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월 인체 모사 기반 비임상 연구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미국 엑셀라 바이오시스템즈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물실험 축소 흐름 속에서 오가노이드나 장기칩 같은 대체시험 분야로 확장이 필요하지만 우정바이오는 자금 여력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콜마홀딩스가 인수한 만큼 안정적인 연구 인프라로 성장시킨다면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정바이오는 “영업적자 지속에 따른 자금 부담과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콜마홀딩스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대주주 보유 지분의 의결권 위임을 통해 경영 안정성과 실행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보되는 자금은 부채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하고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