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내려가야 진짜 이전”…2차 이전 성패 가를 ‘생활 인프라’ [지방 회복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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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부 혁신도시 현실…가족 동반 이주율·정주 만족도 여전히 과제
교육·의료·배우자 일자리까지 갖춰야 ‘기관 이전→생활 이전’ 가능

▲2025년 3월 9일 충북혁신도시 내 빈 상가 건물 1층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지난해 4분기 충북혁신도시 상가 공실률은 29.4%로 2023년 동기(22.6%)에 견줘 6.8% 포인트(P) 상승했다. (뉴시스)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는 결국 ‘기관 이전’이 아니라 ‘정착 인구’에 달려 있다. 기관은 지방으로 옮겼지만 사람은 완전히 내려오지 않은 1차 지방 이전이 준 교훈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교육·의료·교통·일자리 등 생활 인프라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돼 2019년 혁신도시 조성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있던 153개 공공기관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고 약 5만 명 규모의 공공기관 인력이 지방으로 이동했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주거단지와 상업시설 등 도시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됐다.

그러나 기관 이전이 곧바로 지역 정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가족을 수도권에 둔 채 지방에서 근무하는 ‘주말부부’ 형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혁신도시는 ‘주말부부 도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주 여건 문제는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주거 환경 만족도는 74.8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교통 환경은 62.3점, 보육·교육 환경은 68.2점, 편의·의료 서비스는 66.3점 등 교통·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자녀 교육과 배우자 일자리 문제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꼽는 가장 큰 고민으로 지적된다. 수도권에 비해 교육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배우자가 일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다. 지방 이전 A 기관 관계자는 “주중에는 혁신도시에 머물고 주말이면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자녀 교육과 가족 생활을 고려하면 완전한 이주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정주 여건 개선 없는 이전 정책은 실질적인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노동조합은 교육·의료·교통 등 생활 인프라 확충 없이 이전 정책만 추진할 경우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혁신도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혁신도시 주변에 학교와 의료시설을 확충하고 교통망을 개선하는 한편 공공기관 직원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착 지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생활 이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1차 이전에서 나타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단순히 건물만 지방으로 옮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지역 산업과 연계한 주거·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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