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지어줄 테니 오세요"⋯350곳 공공기관 2차 이전 '물밑 쟁탈전' 후끈 [지방 회복 골든타임]

기사 듣기
00:00 / 00:00

2027년 이전 앞두고 전국 지자체 유치 TF 가동…사전 MOU 등 선점 경쟁 치열
부산 금융·충청 R&D·호남 에너지 등 지역 산업 명운 걸고 '맞춤형 앵커 기관' 정조준
부지 무상 제공부터 특공 아파트 등 파격 당근책…전문가 "출혈 경쟁 아닌 시너지 내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의 막이 올랐다. 알짜 기관을 상대로 사옥 신축이나 사전 업무협약(MOU)을 제안하는 등 물밑 러브콜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혜택 남발을 통한 출혈 경쟁을 경계하며 이전 기관이 지역 특화 산업 및 대학과 융합해 실질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교한 '맞춤형 산업 연계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2027년부터 본격 추진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 350여곳 중 지역 산업의 명운을 가를 핵심 기관들을 선점하기 위해 일찌감치 유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중앙 부처의 정책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자체들은 조용하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부 산하 A 기관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 관계자들이 서울로 직접 찾아와 '우선 우리와 업무협약(MOU)부터 맺자'며 적극적인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당장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 미리 지자체와 MOU라도 맺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정작 이전해야 할 때 좋은 조건이나 핵심 위치를 선점하지 못하고 순서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지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B기관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접촉해 우리 지역으로 오라며 파격적인 당근책을 던지고 있다”며 “한 지자체의 경우 2027년에 건물을 올려 2029년에는 당장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들은 과거 1차 이전 때의 백화점식 유치에서 벗어나 지역 특화 산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타깃' 전략으로 선회했다.

특히 대구·경북(TK)은 '메가시티(행정통합)'라는 강력한 프리미엄을 무기로 '대어급' 기관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가 행정통합 지역에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대구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살려 'IBK기업은행 본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경북 역시 농업 및 레저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 유치를 추진하며 득실 계산에 한창이다.

동남권(PK)의 밸류체인 구축도 매섭다. 부산광역시는 기존 문현금융단지와 연계해 '글로벌 금융 허브'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로 금융 공공기관들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울산은 에너지·수소·인공지능(AI) 관련 굵직한 연구개발(R&D) 기관 유치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남은 지역 경제의 심장인 방산, 우주항공, 조선 산업과 직접 연계해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는 60여 개 기관을 1차 타깃으로 꼽았다.

충청권은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과학·R&D 메카'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첨단 산업 기술과 연계할 수 있는 국책 연구소와 기술 진흥 관련 산하기관 유치에 집중하며 첨단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호남권은 한국전력이 안착한 나주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에너지·농생명' 클러스터 확장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의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관련 기관들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을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타깃 기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당근책'도 파격적이다. 핵심 부지 무상 제공이나 장기 임대, 지방세 감면 등 기업 유치에 버금가는 혜택은 기본이다. 기관 임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 요소인 '정주 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공급 아파트 배정, 이주 정착금 지원, 자녀 교육 및 의료 인프라 확충 등 맞춤형 패키지까지 내걸고 있다.

한 지자체 유치 TF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소멸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우량 공공기관 유치는 지역 경제의 산소호흡기나 다름없다"며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직접적인 밸류체인을 형성할 수 있는 '앵커 기관' 유치에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2차 이전 경쟁이 단순한 '나눠먹기식' 배분이나 껍데기뿐인 출혈 경쟁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고, 지역 특화산업 및 혁신 역량과 연계한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무리한 혜택을 남발하며 기관만 끌어안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이전 기관이 지역의 민간 기업 및 대학과 융합해 실질적인 산업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교한 '맞춤형 산업 연계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