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는 막히고 집도 못 판다⋯외곽 사업 존폐 위기 [신통기획, 규제의 덫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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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10·15 대책 이후 신림·신정 직격탄
이주비 대출 제한 등에 사업 동력 위축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구 신림7 재개발 구역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신통기획 사업지의 명암을 갈라놓은 결정적 분기점으로는 정부 규제 강화가 꼽힌다.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 속도를 끌어올렸지만, 정부가 대출과 거래 규제를 강화한 뒤부터는 외곽 재개발 현장에서 이주와 자금 조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6·27 대책으로 강화된 실거주 의무와 10·15 대책에 따른 서울 전역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이후 외곽 재개발 구역의 자금 조달 여건은 급격히 악화됐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 사업성 보정계수 등 행정 지원책을 내놔도 실제 사업 추진 단계에서는 금융 규제가 가장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악구 신림7구역은 그 단면을 보여주는 사업장이다. 목골산 자락 경사지에 위치한 저층 노후 주거지로 전체 노후도가 89%에 달한다. 2014년 정비구역 해제 이후 10년 만에 신통기획을 통해 사업이 재개됐지만, 현장에서는 사업성 논의 이전에 이주 자체가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신림7구역 조합 관계자는 본지에 "노후도가 90%인데 주민들 나이도 90세다. 건물도 사람도 같이 늙어버린 것"이라며 "오 시장이 보정계수를 적용해 분담금을 5000만원 깎아준다고 해도 당장 세입자 보증금을 빼줄 이주비가 없고 규제에 묶여 집을 팔고 나갈 수도 없으니 어르신들은 '이대로 살다 죽겠다'며 동의서를 안 써준다"고 토로했다.

급경사지 특성상 토목 공사와 옹벽 설치 비용이 일반 평지보다 20~30% 더 드는 데다 공사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조합원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이런 사업장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천구 신정4구역도 규제의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사례다. 서울시가 '신통기획 2.0'을 적용해 사업 기간을 7개월 단축했지만 3월부터 시작된 이주 국면에서는 자금 조달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신동일 신정4구역 조합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대출 정책 때문에 기본적으로 2주택자·다주택자는 기본 이주비가 안 나온다는 것"이라며 "기본 이주비 대출이 안 되면 사람들이 이주를 못 하는 것이고, 그러면 사업이 진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이주비 대출을 해줘야 되는데 정부 정책으로 시중은행에서 못 해주게 하는 것"이라며 "결국 조합이 사업비 대출을 받아 주민들 이사를 도와주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가 비용 부담이다. 이주비가 부족해진 조합들은 시공사 보증을 통한 추가 대출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경우 대부분 제2금융권 조달이 불가피해 금융 부담이 더 커진다. 사업 규모와 시공사에 따라 금리 차이도 벌어져 강남권 대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3~4%포인트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신 조합장은 "똑같이 이사를 하는데 왜 조합원만 이자를 더 내고 이사를 해야 하느냐"며 "이 정책은 나라에도 도움이 안 되고, 투기 수요를 잡는 것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처분하는 주민도 나오고 있다. 신 조합장은 "이주하는 게 힘들고 이자도 부담이 되니까 그러느니 차라리 집을 팔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투기과열지구 규제로 조합원 지위 승계가 제한되면서 매매 대상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조합원 지위 승계를 금지시키는 건 결국 집을 못 팔게 하는 것"이라며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면 사려는 사람을 막아야지, 왜 기존 집주인까지 6~7년 동안 팔지도 못하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집을 갖고 있는데 상황이 어렵거나 필요에 의해 팔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강제로 못 팔게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토로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규제 여파는 수치로 확인된다. 올해 이주 예정인 정비사업 구역 43곳 가운데 91%에 해당하는 39곳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24곳(약 2만6000가구), 모아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이 15곳(약 4000가구)으로 총 3만1000가구 규모 공급 일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이 "이주비 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니라 필수 '사업비용'"이라며 LTV 70% 상향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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