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출 82% 넘어…중국 EV 견제 속 영향 주목

유럽연합(EU)이 ‘메이드 인 유럽(Made in Europe)’ 전략을 담은 산업 가속화법(IAA·Industrial Accelerator Act)을 추진하면서 현대자동차·기아의 유럽 전기차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는 예외가 적용되지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에 역내 조립과 부품 기준이 포함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자동차,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전략 산업과 풍력터빈 등 친환경 산업에서 공공 조달, 보조금 지급 시 '역내 제조' 요건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IAA를 발표했다. EU와 FTA를 체결한 국가의 제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EU산으로 인정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EU 내 조립’과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하는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EU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판매 차량 상당수가 완성차 형태로 수출되는 구조인 만큼, 보조금 지급 요건에 역내 조립 조건 등이 유지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18만3912대를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15만2190대(82.8%)가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된 물량이다. 양사의 유럽 전체 판매 규모는 연간 110만대 이상으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미국, 중국과 함께 핵심 전략 시장으로 꼽힌다.
이 같은 규정이 도입될 경우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U와 EFTA, 영국 시장에서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BYD(비야디)는 각각 30만6000대, 18만8000대를 판매했다. BYD는 전년 대비 268.6%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이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IAA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내 현지 생산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체코 공장과 튀르키예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기아 역시 슬로바키아 공장을 가동 중이다. 전기차만 놓고 보면 체코 공장에서는 니로EV, 슬로바키아에서는 EV2, EV4를 생산하고 있다. 이미 일부 전기차 모델을 현지 생산 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EU의 역내 생산 요구가 강화되더라도 일정 부분 대응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IAA와 관련한 정부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현재 EU 의회와 회원국 간 협의를 거치는 입법 단계에 있으며, 실제 시행 과정에서 원산지 기준과 FTA 국가 예외 범위, 보조금 지급 조건 등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산업 파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검토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