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간 '배임죄 폐지' 논의…법조계 "고무줄 잣대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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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기업 부담 확대
정부가 공언한 '배임죄 완화'는 깜깜무소식
법학계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 필요해"

(챗GPT 이미지 생성)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공언한 배임죄 개편 논의는 더디다. 법조계에서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돼 온 만큼,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배임죄는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률에 분산·규정돼 있다.

그동안 배임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특히 추상적 요건으로 기업 의사결정이 사후적으로 기소되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외국에서 투자할 때 ‘한국에선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감옥 가는 수가 있다’고 한다. 상상 못 할 일이다”라면서 “판단과 결정을 자유롭게 하는 게 기업의 속성인데, 위험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겠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며 배임죄 완화 등으로 경영 판단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함께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배임죄 완화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은 사실상 멈춰 서 있다. 현재 법무부가 배임죄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배임죄 법리상 모호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배임죄는 ‘임무 위배’라는 불확정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개방적 구성요건을 취하고 있다”며 “법률이 구체성이 없어 재판부의 해석 재량이 넓어지고, 다른 범죄에 비해 무죄율도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형사 공판사건 무죄율은 지난해 3.1%인 데에 반해 횡령·배임죄 무죄율은 7% 가까이에 달한다.

다만 최 교수는 “부동산 이중매매 문제 등을 처벌하기 위해선 형법상 배임죄는 놔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안태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자는 법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명칭은 다르지만 유사한 처벌 체계는 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단체나 서민 관련 범죄에서는 배임죄가 여전히 유용하다”며 “배임죄 폐지보다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경영 현장에서의 배임죄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업계는 배임죄가 실제로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건다고 봤다. 신재연 법무법인 LKB 변호사는 “기업을 운영하는 고객들은 실제로 배임죄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정밀히 수치화하기 어려운 영화 등에 투자할 때 사후적으로 실패하면 배임죄로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경영자가 경영상 판단을 할 때 배임죄가 이를 제한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인지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지 않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하 변호사는 “우리나라처럼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 사익을 위해 경영상 판단이 내려지는 사례를 제한하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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