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유가 급등 최대 취약국 韓, 경제 직격탄"

기사 듣기
00:00 / 00:00

모건스탠리 보고서 통해 "10달러 오르면 亞 성장률 0.3%p 하락"
정유·석유화학 원가 폭탄ㆍ해운 운임비 급등⋯수출 기업에 큰 부담
한때 환율 1500원 돌파⋯정부, 비상대응체계 가동해 파장 최소화

▲호르무즈해협의 이란 해안과 케심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한국을 유가 급등에 따른 '최대 취약국'으로 지목한 가운데 국제 유가 폭등과 해상 물류비 상승, 환율 급등이 맞물리는 '퍼펙트 스톰'이 주력 수출 산업을 덮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한국, 대만, 인도 등을 지목하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데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라서 유가 변동에 가장 취약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p)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하며 고유가 장기화 시 거시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다. 국내 수입 원유의 약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5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주요 IB와 에너지 기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럴 경우 정유사들은 원유 수급 자체가 끊겨 공장 가동률을 낮춰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나프타 등을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는 원가 부담이 수직으로 상승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다.

해운업계의 운임비 상승도 수출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글로벌 대표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미·이란 충돌 우려가 반영되며 지난달 말 이미 6.5%(전주 대비) 상승한 1333.11을 기록했다. 중동을 오가는 원유 운반선(VLCC)과 컨테이너선들이 희망봉 등 우회 항로를 택하면서 해상 운임이 폭등해서다. 이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교역량을 위축시켜 제조업계의 부품 조달 차질과 수출품 납기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 업체들에겐 수익성 악화와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고유가 쇼크가 몰고 올 '고환율'은 수출입 기업들을 가장 깊은 고민에 빠뜨리는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위기와 고유가는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을 부추긴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 여파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3일(현지시각)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압도적인 현재의 한국 산업 구조상 이 같은 환율 급등은 고스란히 중간재 수입 비용의 폭등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은 글로벌 소비재 수요마저 얼어붙게 만들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물량 자체를 증발시킬 위험이 크다.

정부도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향후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따라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는 경제부총리 중심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통해 중동 상황, 실물경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점검하면서 이상징후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도 전날 본격적인 호르무즈 통항의 실효적 위협 방해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해 원유·가스 수급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