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옹벽 붕괴 '인재 확정'…현대건설·LH 등 전원 부실 책임

기사 듣기
00:00 / 00:00

12년 안전검사 제로·붕괴 민원 묵살·동일시공사 3번째 사고…설계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방치

▲지난해 7월 집중 호우로 경기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붕괴돼 차량 2대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빗물 한 방울이 14년의 부실을 터뜨렸다. 지난해 7월 16일 오후 7시4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방면 고가도로(서부우회도로) 보강토옹벽 40m가 10m 아래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차량 2대가 잔해에 매몰됐고,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7개월간의 조사 끝에 국토교통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26일 내놓은 결론은 단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

사조위에 따르면 직접 원인은 집중호우로 인한 내부 수압 폭증이었다. 사고 직전 시간당 39.5㎜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옹벽 상부 배수로와 포장면 균열로 빗물이 내부로 지속 유입됐고, 배수되지 못한 물이 수압을 가중시키며 결국 옹벽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는 방아쇠였을 뿐이다. 총구는 14년 전부터 겨눠져 있었다.

설계사인 건화이엔지(건화ENG)·동일기술공사·동림컨설턴트는 보강토옹벽 상단에 'L형' 옹벽이 올라가는 복합구조의 위험도 분석을 부실하게 수행했다.

배수설계는 미흡했고, 뒤채움재(옹벽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 품질기준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시공불량을 구조적으로 초래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 세립분이 다량 포함된 흙을 뒤채움재로 썼다. 자재 변경 승인 여부와 품질시험 자료는 불투명하게 처리됐고, 설계 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도면을 그대로 준공 도면으로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설감리공사와 LH는 이런 시공사의 문제를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관리 공백은 더 충격적이다. 2011년 준공된 이 옹벽은 2017년이 돼서야 LH에서 오산시로 관리주체가 인계됐고, 2023년 도로 개통 전까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단 한 번도 등록되지 않았다.

12년간 법정 안전점검 의무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FMS에 등록되지 않으면 안전점검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 구조의 허점을 LH도, 오산시도, 국토부도 12년 동안 아무도 몰랐다. 국토부는 연 1~2회 미등록 시설을 점검해 과태료를 부과해왔다고 밝혔지만 이 옹벽은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2023년 정밀안전점검에서 배수 불량과 배부름 현상이 명확히 지적됐지만 조치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사고 발생 20여일 전부터 사고 당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포장면 땅꺼짐과 붕괴 우려 민원이 다수 제기됐지만 오산시는 원인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고 직후 이권재 오산시장을 향해 "주민의 사전 신고가 있었음에도 도로를 전면 통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직접 질타한 배경이다.

권오균 사조위원장(계명대 교수)은 "이번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고 못박았다.

국토부는 전국 복합구조 보강토옹벽 전수조사와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FMS 미등록 및 설계도서 미제출에 대한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FMS 미등록 과태료는 500만원 이하. 사람의 목숨값과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한 행정처분과 수사도 조속히 이뤄지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