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접목한 기술직 청년층에 인기⋯AI는 2030에게 위협 아닌 무기 [AI시대, 기술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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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졸자도 교육기관으로 유턴⋯기술 배워 현장으로

▲서울시 기술교육원 훈련생이 타일 시공 마감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 신학도였던 20대 A 씨는 진로를 바꿔 케이블 포설과 전기 결선 업무 등의 직무를 수행했지만 단순 노무직의 한계를 느꼈다. 이후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산업안전시스템과에 입학한 뒤 산업안전 분야 기술과 자격증을 취득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의 스크러버(유해가스 정화 장비) 유지보수 전문가로 새출발했다. 단순 시공이 아닌, 첨단 공정 설비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기술직으로 경로를 바꾼 것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일자리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손에 잡히는 기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이 선택하는 기술직은 과거의 단순 노무가 아니라 AI 등 하이테크와 결합한 고도화된 현장 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폴리텍대학은 청년층이 미래 산업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신기술 분야 중심의 하이테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과정은 실습 중심 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AI, 반도체, 바이오, 스마트팩토리, IT융합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실무 기술을 교육한다. 지난해 2월 기준 하이테크 과정의 취업률은 84.8%에 달한다.

이 같은 흐름은 4년제 대학 졸업 후 다시 직업교육기관으로 돌아오는 ‘청년층 U턴’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일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직을 준비하던 B 씨는 기술 역량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물류자동화시스템과에 입학해 스마트 제조 분야 핵심 기술을 익혔다. 관련 자격 취득을 취득한 그는 디지털트윈 기반 공정 자동화 엔지니어로 현장에서 기술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교육기관도 변화에 맞춰 커리큘럼을 재편하고 있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올해 상반기 교육원생 모집인원 2004명 중 315명을 AI·하이테크 융합과정 12개 학과에서 뽑는다.

전기공사는 ‘스마트전기융합’으로 진화했다. 센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전기 설비의 과부하나 고장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기술, AI와 연동된 자동 제어 시스템(PLC)을 통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핵심 교육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 용접·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분야에도 로봇용접, VR 안전교육, IoT 배관 시뮬레이션 등 디지털 교과가 접목됐다. 동부캠퍼스에 신설된 지능형공조냉동은 자동화되는 건물 공조·냉동 환경에 대응하도록 AI 예측제어와 데이터분석을 핵심 교육으로 편성했다.

캠퍼스별 특화 전략도 뚜렷하다. 동부캠퍼스는 ‘스마트엔지니어 기술’에 특화해 스마트 건축·기계·전기, 융합설비, AI자동화 기반 전기설비 직종에 집중하고 있다. 중부캠퍼스는 K-뷰티, 패션디자인, AI기반 콘텐츠 디자인 및 방송영상 직종 등 ‘디자인 및 뷰티’에 집중하고 ‘안전·유지관리 기술’에 특화한 북부캠퍼스는 산업안전·소방안전, 에너지·시설 관리, 바이오, 스마트안전 직종을 특성화해 운영 중이다. 다만 특화 전략 속에서도 기술직을 ‘육체 노동’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전문 직무로 확장하고 있다.

청년층의 기술직 선호 현상은 AI가 예상과 달리 사무·행정직은 물론 일부 전문직 영역까지 빠르게 대체하는 현실과 맞물려 블루칼라 직종이 AI 시대에 되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자동화되기 쉬운 반면, 배관·전기·도배·설비 유지관리처럼 복잡한 물리적 환경에 매번 새롭게 적응하고 순간적 판단으로 즉각 대응해야 하는 현장 기술직은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숙련을 필요로 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술직의 재평가’로 본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 숙련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동시에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청년층이 기술 교육기관에 몰리는 현상을 두고 "사회·경제적 필요와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 단순 업무는 인공지능으로 쉽게 대체되거나 임금 수준이 낮아지겠지만 전문적인 숙련도를 갖춘 업무는 가장 늦게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 노동시장 전망을 고려할 때 전문 기술을 익히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라고 말했다.

장애리 서울시 기술교육원 통합본부장은 “기술직이 더 이상 ‘마지막 선택지’가 아닌 시대가 왔다”며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숙련 기술이야말로 AI가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을 청년들이 먼저 알아채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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