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개선을 위해 법안 개정에 힘쓰고 있지만, 법안 손질 이후에도 쟁점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대면 진료 제도다. 정치권이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새로운 의료 시스템의 문이 열렸지만 세부 기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존 업계, 스타트업계의 간극은 여전하다.
25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비대면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규제개선 라운드테이블 킥오프 회의’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비대면 진료 스타트 업계는 의료법 개정안의 하위법령 위임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가 강조한 부분은 초진 지역 및 처방 일수, 비대면 진료 비중 제한 등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존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들 대부분이 본인이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의료기관을 플랫폼에서 선택했다"면서 "이번 법 개정으로 환자 거주지와 의료기관 소재지와 동일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는데 이건 사용성을 굉장히 떨어뜨리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시범사업 과정에서 90일까지 가능했던 처방 일수가 7일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 역시 문제로 보고 있다.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월간 비중을 30%로 제한할 가능성도 문제로 지목된다. 병원마다 의료 환경과 진료 건수 등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상한선을 두는 건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참석자는 "월간 환자 수가 1000명이면 비대면 진료는 300건, 환자수가 100명이면 30건만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대면 진료가 적은 곳은 오히려 비대면 진료를 할 여력이 많은 데도 30건밖에 못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재진 환자의 정의와 최대 처방 가능 일수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료법상 재진환자의 정의는 동일 증상으로 동일 의료기관에 '일정한 기간' 내에 방문한 환자다. 여기서 '일정한 기간'을 3개월 혹은 1년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이용률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최대 처방 가능 일수 제약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법 개정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지만 독소조항이 곳곳에 놓여 사실상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고도 여전히 규제가 남아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기부는 하위법령에서 정해야 할 세부 기준에 대해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도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가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로 중기부와 스타트업계는 해당 법안이 '제2의 타다 금지법'처럼 업계를 옥죄는 법안으로 보고 있다. 업계 1위인 닥터나우가 도매 자회사를 설립해 자사가 유통하는 약을 보유한 약국을 앱 상단에 배치, 환자의 선택을 유도해왔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닥터나우 측은 플랫폼이 직접 의약품 유통에 관여하고 재고를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약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닥터나우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의약품 재고연동 표기'와 '표기 노출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닥터나우 측은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 영위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법인을 분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과 복지부는 개정안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