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벤트성 개발 공약 반복 경계

선거철을 맞아 굵직한 대형 개발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철거하고 서울복합돔 아레나를 조성하겠다는 구상부터 장기간이 소요되는 초고층 빌딩 대형 랜드마크 개발 청사진까지 등장하면서 현실성과 재원 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얼어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여건과 복잡한 행정 절차를 고려할 때 사업 타당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기존 시설 철거와 신규 랜드마크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제시되는 대형 개발 공약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PF 시장 경색으로 정상 사업장조차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수천억원 규모의 매몰 비용을 감수하면서 추가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DDP를 헐게 되면 기존에 들었던 5000억원의 비용은 다 매몰 비용으로 사라지게 되고, 다시 짓는 데도 그 정도가 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전임 대통령이나 전임 시장 시기에 조성돼 시민 세금이 투입된 시설을 전면적으로 철거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애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도 "(DDP를) 파괴하고 다시 건축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DDP 건립에는 약 5000억원(공사비 4212억원, 서울디자인재단 지원금 628억원)이 투입됐고 앞서 동대문야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건립된 고척돔구장에도 1951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이처럼 대형 랜드마크 공약이 선거 국면마다 반복되는 배경에는 정치적 동기가 있다. 조대근·김남국 교수는 '랜드마크의 문화정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서울로 7017' 논문에서 "한국 상황에 한정해 서울시장들의 랜드마크 사업 추진 동기를 추론한다면 다음 단계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특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랜드마크 건설을 선택해 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징적 개발 공약이 실제 주거 안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유정·장호관·이현석이 쓴 '랜드마크 특성이 초고층 공동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초고층 건축물은 다른 건물에 비해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쉬운 랜드마크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도심 내에서 방향성과 장소성을 인지시켜줄 수 있다"며 "이러한 초고층 건물이 가진 특성은 공동주택의 마케팅 효과를 발생시켜 주택 수요를 창출해 내고 이는 곧 공동주택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적 상징성이 부각될수록 주변 부동산 기대감만 높아지고 정작 도심 정비사업이나 실질적인 주택 공급 논의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 자문위원인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상대방을 의식한 소모적인 공약 대신 글로벌 메가시티 서울의 위상에 맞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DDP 철거 등은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신중해야 하며, 획일적인 초고층 건물보다는 지역적 맥락을 담아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조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청년, 은퇴자, 외국인 등 서울을 소비하는 계층이 다양해진 만큼,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주택 공급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은 정치 공약보다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규제 완화 공략이 있었던 시기에는 단기 상승세가 나타나거나 낙폭이 제한됐고 규제 공약이 있던 시기에는 상승 폭이 둔화했는데 이런 상승·하락 폭과 지속성은 모두 금리와 경기 등 거시경제 흐름에 좌우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