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마다 고향 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은 언제나 비슷했다. 파란색,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이 얹어진 똑같은 모양의 집들. 경제 개발이 지상 과제였던 시절, 우리에게 건축이란 ‘미학’보다는 ‘생존’과 ‘가성비’의 영역이었다. 새마을 운동의 유산처럼 남은 그 획일적인 풍경 속에 개성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대한민국은 더 이상 성냥갑 같은 건물을 참아내지 않는다. 도심 한복판이나 한적한 교외 어디를 가도 뉴욕 맨해튼 못지않은 감각적인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특히 ‘카페 전성시대’다. 커피 맛은 기본이고, 소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인테리어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소비하고 사진을 찍으러 간다. 멋진 공간은 곧 매출로 직결되기에, 건축주의 욕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문제는 이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다. “저 카페랑 똑같이 지어주세요.” 요즘 건축 현장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창작의 고통 없이 남의 디자인을 훔치는 행위, 즉 ‘건축물 표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건축물 표절은 명백한 범죄이고 불법행위이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릉의 명소 ‘테라로사 카페’ 모방 사건이다. 경남 사천의 한 건축사가 테라로사 건물의 독특한 지붕 선과 외벽 디자인을 모방해 건물을 지었다가 법의 철퇴를 맞았다. 대법원은 “해당 건축물은 단순한 기능적 요소를 넘어, 창작자의 독자적인 개성이 담긴 저작물”이라며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결국, 그 건축사는 형사 처벌(벌금 500만원)을 피하지 못했다.
더 엄격한 판결도 있었다. 부산 기장의 명소 ‘웨이브온 카페’ 모방 사건이다. 1심 법원은 단순히 손해배상 5천만원 배상에 더하여 국내 최초로 ‘건축물 철거’를 명령했다. 엄청난 건축비를 들여 지은 건물을 통째로 부수라는 것이다. 비록 2심에서 2억여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되어 철거는 면했지만, 건축물 모방에 대해 갈수로 사법부의 판단이 엄격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 시민이다. 경제적 부유함만큼이나 지식재산권(IP)을 대하는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건축물은 벽돌과 콘크리트의 조합이 아니라, 건축가의 철학과 땀이 빚어낸 창작품이다.
멋진 건물을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누군가의 저작물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그 건축가에게 정당하게 의뢰하거나 실력 있는 전문가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공간’을 향유할 자격이 있는 문화 시민의 자세이다.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