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은 ‘위험범’이라더니 양형엔 ‘계획 실패’…尹 판결 두고 법조계도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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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사형 구형에도 재판부 무기징역 선고
계획의 치밀성·성패 등 양형 사유로 고려
법조계, 양형 판단 근거 놓고 의견 엇갈려

▲전날인 19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뉴시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가 내란죄를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 중형이 예정된 범죄”라고 강조하면서도, 양형 단계에서는 계획의 실패 등 결과에 가까운 요소들을 폭넓게 참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계엄 실패를 양형 사유로 삼은 데 대한 반발이 나오고, 법조계에서도 재판부 법리와 양형 판단의 정합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비상계엄 선포를 ‘헌정질서 파괴 시도’로 규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고 수준의 처벌이 필요하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내란죄를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살인처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해야 중형이 예정되는 일반 범죄와 달리, 내란죄는 ‘위험범’으로서 행위 자체의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높은 법정형이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폭력적 수단으로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수많은 인원이 대규모 수사와 재판에 연루됐고, 법정에 선 이들 상당수가 눈물을 흘리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려 한 정황 △국회 진입 과정에서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 행사가 거의 없었던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한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들었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이튿날인 지난달 14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의 한 가전매장 텔레비전에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 DB)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내란죄를 위험범으로 규정한 법리와 형 선택 단계에서 계획의 성패나 폭력 행사 여부 등을 참작한 판단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놓고 평가가 갈린다. 내란죄가 결과와 무관하게 헌정 질서를 침해하려는 시도 자체를 중하게 처벌하는 범죄인 만큼, 양형 과정에서 결과 중심적 요소를 다시 반영한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판부가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든 대목을 두고, 내란죄의 성격에 비춰 적절한 참작 사유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내란죄는 국헌 문란 목적 아래 헌법기관의 기능을 저지·마비시키려 한 시도 자체를 처벌하는 범죄로 설명되는 만큼, 계획의 완성도나 성공 여부를 형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에 난입한 군인을 시민이 막아섰고, 군인도 임무를 소극적으로 수행했으며, 일부 국회의원이 신속히 계엄 해제를 표결했기 때문에 내란이 실패한 것”이라며 “계엄 실패를 양형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려 했다는 판단을 두고도 해석이 갈린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군과 경찰이 계엄 조치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컸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실제 무력 사용이 제한된 사정을 윤 전 대통령 측의 자제로 평가하는 데에는 이견이 나온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전날 SNS에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고 시민들을 해산시키려 했다”며 “군인들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계엄이 왜 선포됐는지 자기확신을 누구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필요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계엄 목적을 관철하려고 했다”며 “시민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대응으로 이에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피고인 측의 자제로 평가하는 것은 엉둥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험범 판단과 양형 사유를 서로 다른 판단 단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를 위험범으로 본 부분은 범죄의 성립에 관한 판단이고, 계획의 치밀성과 결과적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양형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사정”이라며 “이를 논리적 모순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사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까지 감안하면, 재판부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택한 것은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기수와 미수는 구분해 평가하는 게 원칙이고, 과거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진압 사건 선고 등을 고려하면, 인명 피해 없이 단시간에 끝난 이번 사건에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과연 형평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 다들 이야기하는 부분”이라며 “내란 우두머리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뿐이지만, 과거 사례와의 형평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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