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원 23명 '배지 내던지고 시장·군수로'… 6·3선거 100일전, 대권 등용문 경기도가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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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까지 탈출 러시…도지사 레이스엔 추미애·권칠승·한준호·김병주 출사표, "제2의 이재명을 낳을 땅"에서 벌어지는 권력 대이동

▲경기도의 역동적인 정치 현장을 묘사 이미지. (김재학 기자·오픈AI 달리)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 경기도가 6·3 지방선거를 100일 앞두고 정치판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요동치고 있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이 나란히 배지를 내던지며 기초단체장 레이스로 뛰어들고, 국회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로, 경기도지사에서 대권으로 직행한 그 방정식을 되풀이하겠다며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4년 전 도의원 출신 단체장 당선자가 단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민주당·국민의힘 합산 23명이 체급 올리기에 동시 도전하는 전무후무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금 권력의 블랙홀이다.

19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6·3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 중인 현직 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4명에 국민의힘을 합산하면 총 23명에 달한다.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탈출 러시에는 경기도의회의 수장(首長)들이 직접 앞장섰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시흥3)은 지난달 24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시흥시장 도전을 공식화했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군포1)도 이달 1일 출판기념회와 함께 군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조성환 기획재정위원장(파주2)까지 파주시장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단체장 선거로 쏟아지는 것으로 경기도의회 사상 초유의 장면이다.

사퇴 도미노도 시작됐다. 고양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명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5)은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파주시장에 나설 이용욱 더불어민주당 의원(파주3)과 평택시장을 노리는 서현옥 더불어민주당 의원(평택3)은 19일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이 타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직을 내려놔야 한다. 경선 유불리를 따지며 의원직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의원들도 있어 사퇴 러시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민주당 출마예정자를 지역별로 보면 이기형(김포4)·이동현(시흥5)·김광민(부천5)·김철진(안산7)·오석규(의정부4)·이경혜(고양4)·이인규(동두천1)·조용호(오산2)·이용욱(파주3)·서현옥(평택3) 의원 등이 각 지역구 단체장 선거에 나선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철현(안양2)·유영일(안양5)·김정호(광명1)·김영기(의왕1)·박명수(안성2)·안명규(파주5)·오준환(고양9)·김완규(고양12)·곽미숙(고양6)·고준호(파주1)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경쟁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경기 북부다. 고양시장 선거에는 민주당 명재성·이경혜 의원과 국민의힘 곽미숙·오준환·김완규 의원이 맞붙는 최소 5파전이 예고됐다.

파주시장 선거도 민주당 이용욱·조성환 의원과 국민의힘 고준호·안명규 의원의 4자 구도다. 안양시장 선거에는 민주당 내 국민의힘 유영일·김철현 의원에다 전 경기도의회 사무처장 출신 임채호까지 가세해 여야 경계를 넘나드는 다자 혼전 양상이다. 김철현 의원은 27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같은 당 내부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곳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의원들의 대거 이탈은 경기도지사 레이스의 과열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기본소득·지역화폐 등 도정 정책을 전국적 의제로 확장하며 대권을 거머쥔 정치적 서사로 '경기도지사→대권' 공식이 증명된 이상, 이번 도지사 선거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자리가 아니라 차기 권력의 예고편으로 읽힌다.

민주당에서는 6선 중진이자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하남갑)이 도지사 후보군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고위원을 사퇴한 김병주(남양주을)·한준호(고양을) 의원이 이미 출마를 선언하고 경기 전역을 누비고 있다.

권칠승 의원(화성병·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경기도의회는 저의 정치적·마음적 고향"이라며 실무형 리더십을 내걸었고, 전 광명시장 출신 양기대 전 국회의원도 도민 인지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전 도당위원장 심재철 전 의원과 원유철 전 의원이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직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투자유치 100조원·RE100·스타트업 육성 등 '경제형 도지사' 브랜드를 전면에 세우는 동시에, 최근 유튜브에 두 차례 출연해 민주당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서울시장과 부동산 정책 대립각을 세우는 등 임기 초보다 훨씬 가파른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서 대변인·현역 의원·전직 경제부지사가 잇따라 공개 비판에 나서는 상황에서 선거 전까지 당심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재선 도전의 최대 관문으로 떠올랐다.

4년 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 도의원 출신으로 기초단체장에 당선된 것은 김경일 파주시장이 유일했다. 이번엔 그 23배의 인원이 뛰어들었다. 숫자가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23명의 도전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경기도라는 무대가 지금 대한민국 정치 야망의 모든 화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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