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임시체계 가동해 후보 사업 검토 중

최근 일본이 발표한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한국 정부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어떤 분야에 우선으로 자금을 투입하길 원하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발전·에너지·핵심광물 분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일본의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 3건을 공개했다. 이는 일본이 미·일 관세 합의에 따라 약속한 총 5500억 달러(약 796조 원) 투자 가운데 첫 구체화 사례다.
이번 1차 프로젝트 규모는 360억 달러로, 이 가운데 330억 달러가 오하이오주 포츠머스에 건설되는 가스 화력발전소에 투입된다. 해당 발전소는 9.2기가와트(GW) 규모로, 원전 9기 수준의 전력을 생산해 약 74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에너지 비용을 낮춰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미국에서 발표된 역대 최대급 발전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겨냥한 투자”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두 프로젝트 역시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직결된다. 멕시코만 심해 원유 수출 시설은 미국산 원유 수출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고, 조지아주에 조성되는 합성 산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시설은 반도체·방산 핵심 소재 공급망을 강화하는 목적이다. 러트닉 장관은 “외국 공급망 의존을 줄이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투자 사례가 구체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 압박도 한층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미·한 관세 협상에서 총 3500억 달러(약 50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약속했지만, 아직 1호 프로젝트는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업 전용이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양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미 양측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서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을 유력 분야로 언급했다.
특히 2000억 달러 투자 분야는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가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돼 있다.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만, 최종 결정권은 사실상 미국 대통령에게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 역시 발전, 에너지, 핵심광물 등 미국의 전략 산업과 직결된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건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적 이익을 얼마나 반영하느냐다. 한국은 원전·LNG 발전·신재생에너지·전력 기자재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대형 플랜트 건설과 통합 운영 경험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임시 추진체계를 가동해 후보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투자 요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내부 조율 창구를 마련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