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습관화 전에 선도해야”…발행 주체 다변화 요구 확산
B2B 정산이 출발점…도매급 오픈 결제 네트워크 필요성 부각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13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플랫폼으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지급 결제 토큰의 유통·활용·수요’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AI 에이전트(스스로 작업을 처리하는 AI)가 활동하는 환경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에이전트 간 결제를 페이팔이나 신용카드, 스위프트(SWIFT) 망으로 처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우므로 AI 경제를 뒷받침할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개인과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거대한 경제가 형성될 텐데, 자국 통화와 연결된 토큰 없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는 구조는 타당하지 않다”라며 “한국 AI 경제를 지지하고 수출·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려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정합성을 강조했다. 그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흐름은 피하기 어렵다”라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일상화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리 잡을 틈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 국가로 나서야 한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안정성을 이유로 은행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며 100% 담보 자산 관리 체계만 확립된다면 다양한 혁신 주체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라며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거나 과도한 자본금 요건을 부과하는 방식은 혁신을 차단하는 진입 규제”라고 덧붙였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규제 당국이 미래 기술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세부 규정을 과도하게 설계하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라며 “업계 역시 규제 완화 요구에 앞서 현실적인 유즈 케이스(Use case)를 제시하고, 기술 도입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손경희 카카오페이 부사장은 실행 단계의 유즈 케이스를 소개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목적은 기존 금융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데 있지 않고 디지털·AI 환경에 맞춰 실행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라며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정산을 최우선 적용 영역으로 삼고, 이후 △지역화폐 △개인 간 직접 거래 △팬덤·게임 등 소비자 간 거래(C2C)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는 B2B 결제 실현을 위해 도매급 정산 인프라 구축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이용자 의도에 맞춘 최적의 금융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 인프라는 대규모 거래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며,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외환 특화 오픈 정산 네트워크 등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해시드오픈리서치와 해시드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발행 주체나 제도 설계 차원의 논의를 넘어, 사용·유통·정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금융 인프라 플랫폼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