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에 전체 발행규모 감소에도 일부지역 비중 확대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진행한 금융권 화폐 발행 추이에서 5만원권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의 경우 올해 설 5만원권 공급 비중이 92%에 이르렀다. 이는 명절 직전 기업 등 자금 수요와 설 새뱃돈 이슈가 일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 10영업일(2월 2~13일) 간 금융기관 등을 통해 공급된 화폐 순발행액(발행-환수) 4조8000억 원 가운데 약 4조 원 가량이 5만원권으로 집계됐다. 공급 비중을 보면 전체 화폐의 84% 수준이 5만원권인 셈이다. 그 뒤를 이어 △1만 원권(7000억 원) △5000원권(380억 원) △1000원권(290억 원) 순으로 파악됐다. 1만원권 비중이 14.5%, 5000원권과 1000원권을 합해 1.3% 수준이다.
올해의 경우 예년 대비 설 명절이 짧은 데다 설 연휴가 연초가 아닌 2월에 속해 있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전년 대비 6.2%(3156억 원) 감소했다. 전체 발행액 규모가 줄면서 5만원권 규모 역시 전년 대비 20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그럼에도 고액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 설명이다.
실제 지역 통계를 보면 화폐 공급액 중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한은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5만원권 공급 비중은 전체 화폐의 92%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5%p 증가한 수치다. 대구·경북 지역 화폐 발행량이 전년 대비 4.4% 줄어든 상황 속에서도 고액권 선호 현상은 강하게 나타났다. 한은 인천본부 역시 명절을 앞두고 전체 화폐 발행량은 줄었지만 이 기간 공급한 5만원권 비중은 84.1%로 지난해(81.4%)보다 확대됐다.
이 같은 '5만원권' 쏠림 현상은 물가 상승과 세뱃돈 등 사회 전반적인 기준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명절 전 한은이나 시중은행 창구에서 신권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5만원권에 압도적으로 몰리면서 일시적인 품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고액권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카카오페이가 이달 공개한 설 송금봉투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등학생들의 세뱃돈 금액대는 10만원이 42%로 가장 높았다. 직전연도인 2024년까지 5만원(39%)이 10만원(37%)을 소폭 앞섰으나 1년 만에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고물가 흐름 속 조카나 자녀에게 주는 용돈 단위가 커지면서 1만원권 여러 장보다 5만원권 한 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5만원권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의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현금 가운데 가장 고액권인 5만원권 특성 상 돈을 소비하기보다 비상금 또는 저축 용도로 보관하는 수요가 많다. 이 때문에 은행으로 다시 돌아오는 환수율이 타 권종에 비해 낮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5년도 화폐발행잔액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 5만원권 잔액은 189조5419억원으로 전체 화폐의 90%를 점유했다. 반면 1만원권은 2024년 말 15조7621억원에서 지난해 말 15조6257억원으로 줄어들며 비중 역시 8.2%에서 7.4%로 축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