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에 태어난 이 캐릭터, 30년이 지난 2026년에도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잘파세대보다 나이도 많은데(?) 요즘 초등학생 가방에 달려 있는 키링이 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유명 지식재산권(IP) 포켓몬스터(Pokémon, 이하 포켓몬)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오래된 IP는 한 번도 '옛날 것'이 된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며 더 많은 이들을 팬층으로 끌어들여왔죠. 특히 잘파세대에게 포켓몬은 단순한 '놀이'라기보다 일종의 '플랫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끄는데요.
그렇다면 30년 된 캐릭터가 여전히 '요즘스러운' IP로 통하는 이유는 뭘까요?

포켓몬의 시작은 게임기 화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996년 2월 27일 일본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에서 발매된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을 통해서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죠. 이 소프트웨어는 3000만 장 이상이 판매되며 역대 포켓몬 시리즈 중 판매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후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거쳐 닌텐도 DS에서 '포켓몬스터DP 디아루가·펄기아'를 통해 한국 게이머들을 정식으로 만났습니다. 닌텐도 3DS '포켓몬스터 X·Y'는 최초로 전 세계 동시 발매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죠. 가장 최신작은 닌텐도 스위치와 스위치2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포켓몬 레전즈 Z-A'인데요. 지난해 10월 발매돼 첫 주에만 전 세계에서 580만 장이 팔렸습니다. 원작급 게임 외에도 '포켓몬 스타디움'부터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포켓몬 고' 등 수많은 외전 게임이 사랑받아왔죠.
포켓몬은 올해 30주년을 맞아 '왓츠 유어 페이보릿?(What’s Your Favorite?)’ 캠페인을 전개하며 다시 한 번 글로벌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당신의 최애 포켓몬은 무엇인가요?"라는 단순한 질문 하나로 세대를 가로지르는 팬덤을 다시 호출하면서요.
이번 캠페인에는 분야도, 나이도 제각각인 유명인들이 참여했습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푸린'을,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는 '이브이'를, FC바르셀로나의 10대 축구 스타 라민 야말은 '지가르데'를 선택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F1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는 '윈디',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고라파덕'을 꼽았죠. 누군가는 속도감을, 누군가는 귀여움을, 또 다른 이는 강인함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각자의 개성과 포켓몬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이 장면이 상징적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1980년대생 팝스타부터 2007년생 스포츠 스타까지, 각기 다른 세대가 같은 IP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포켓몬의 다채로운 매력은 물론 30살을 맞이한 포켓몬이 특정 연령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까지 방증하는 셈입니다.

30년이 흘렀지만 포켓몬이 여전히 '요즘 것'으로 통하는 이유, 그 배경에는 단순한 향수 이상의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우선 포켓몬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확장성입니다.
포켓몬에서는 3~4년 주기로 새로운 지방과 스타팅 포켓몬이 등장하며 세대를 교체해왔습니다. 게임의 시작이 나와 함께 여정을 시작할 포켓몬을 고르는 일인 만큼, 매 게임 '내 첫 포켓몬'이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밀레니얼에게 '파이리'가 추억이라면, 알파세대에게는 '나오하'나 '뜨아거'가 인생 첫 포켓몬으로 남죠. 세계관은 유지하되 처음 포켓몬을 소개하는 입구는 매번 새로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디지털 확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닌텐도 게임보이 소프트웨어를 시작으로 닌텐도 스위치2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게임으로 인기를 끌어왔을 뿐 아니라 증강현실(AR) 기반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 고'를 통해 거리와 공원을 게임판으로 바꿔놓은 포켓몬입니다. 온라인 배틀과 교환 시스템은 혼자 즐기던 게임을 네트워크 기반 커뮤니티 놀이로 확대했죠.
1997년부턴 애니메이션이 전파를 탔고, 1998년부턴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가 스크린에 걸렸습니다. 지난해에는 '극장판 포켓몬스터 AG: 뮤와 파동의 용사 루카리오'가 4K UHD로 리마스터링돼 팬들의 눈길을 붙잡기도 했죠.
이 밖에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콜라보)를 통해 일상에 스며들곤 하는데요. CU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포켓몬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캐릭터와 손잡고 키링, 립밤 홀더, 키캡 등 가방과 파우치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선보이고요.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중순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타운 잠실 일대에서 포켓몬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포켓몬과 협업 상품을 출시하는 등 콜라보를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하츠투하츠와 협업하면서 호기심을 자아냈는데요. 뮤직비디오에 포켓몬을 대표하는 피카츄, 치코리타, 뚜꾸리, 리아코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포켓몬 요소가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당시 출시 전이었던 '포켓몬 레전드 Z-A' 광고에도 뮤직비디오가 사용되는 등 특별한 시너지를 자랑했죠.

포켓몬의 확장성은 잘파세대의 수집 문화와도 정확히 맞물립니다. 포켓몬 빵 띠부씰을 모으거나 카드팩을 뜯고, 또 이를 인증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되는데요. 포켓몬은 애초에 수집을 전제로 설계된 IP입니다. 도감을 채우는 구조, 진화와 교환 시스템, 버전별 차이까지 자연스럽게 희소성과 교환 욕구를 자극하죠.
이에 힘입어 포켓몬은 투자처(?)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팬들 사이 피카츄, 리자몽 등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트레이딩 카드(수집 또는 교환용 카드)는 활발히 거래되는데요. 희소성이 있는 일부 카드 종류는 보존 상태 등에 따라 '억' 소리 나는 가격이 책정됩니다.
기네스북에 가장 비싼 카드로 이름을 올린 건 유명 인플루언서 로건 폴이 2022년 527만5000달러(약 76억원)에 산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1998년 일본의 어린이 잡지 코로코로 코믹이 주최한 일러스트 공모전에서 수상자 39명에게만 수여한, 매우 희귀한 카드죠. 그는 현재 이 카드를 경매에 내놨고 최종 판매 가격이 700만달러(약 101억원)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하네요.
미 경제지 포춘지에 따르면 포켓몬 카드를 포함해 트레이딩 카드의 가격은 연간 46%씩 뛰는데요. 수익률까지 좋았기 때문일까요? 강도들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는 한 포켓몬 카드 전용 매장이 총기를 든 복면 강도 3명에게 털려 11만6000달러(약 1억700만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도난당했고요. 로스앤젤레스의 한 카드 가게에도 강도가 들어 30만달러(약 4억3000만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를 훔쳐 갔습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캘리포니아 버뱅크에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상당의 포켓몬 카드와 스포츠 카드 도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포켓몬이 단순한 '캐릭터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입문하고, 카드로 확장하고, 굿즈로 일상에 들여놓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온라인 배틀과 교환, 리셀 시장까지 더해지며 놀이와 경제 활동의 경계도 희미해졌습니다.
여기에 앞서 포켓몬을 경험한 세대의 향수까지 겹치면서 소비는 한층 단단해집니다. 실로 포켓몬 카드에 수백만~수천만원을 호탕하게(?) 투척하는 2030세대는 포켓몬의 가장 열정적인 게이머 중 한 세대였죠. 어릴 적 파이리를 고르던 세대가 이제는 자녀의 나오하를 함께 응원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습니다. 부모의 추억이 자녀의 현재가 되는 이례적인 IP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은 단순한 게임이나 캐릭터 상품이라는 카테고리에 가둘 수 없는 하나의 문화 플랫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누군가에게는 희귀 카드를 수집하고 거래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활동의 장이자, 전 세계 플레이어와 배틀하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유대감을 쌓는 소통의 창구일 겁니다. 자신만의 '최애' 포켓몬을 통해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자기표현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숲속에서 곤충을 수집하던 소년의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포켓몬의 세계관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일상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플랫폼으로서 여전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는데요. 27일이면 정확히 30주년을 맞는 포켓몬, 다음엔 또 어떤 캐릭터가 우리 곁을 찾아올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