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뵌 부모님…고혈압인 줄 알았더니 ‘이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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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년의 환자들은 병원에서 혈압이 약간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을 흔히 듣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지낸 환자에게서 신장 질환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뵌 부모님이 고혈압 초기 증상과 함께 유독 부종과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증상을 유심히 살펴보고 병원에 방문할 필요가 있다.

신장은 혈액을 걸러 노폐물을 배출하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하며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기로, 상당 부분이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속해서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거나 콩팥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만성 콩팥병’, 질환이 더욱 진행돼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상태를 ‘말기신부전증’이라고 한다.

고혈압과 신장 질환은 깊은 연관이 있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하면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반대로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염분과 수분 조절이 어려워져 혈압이 더욱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신장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만성 콩팥병 장기 추적 연구 사업(KNOW-CKD)에 따르면,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 2044명을 대상으로 혈압 변화와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분석한 결과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을수록 신장 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가톨릭대학교 8개 부속병원에서 진행 중인 사구체신염 코호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사구체신염인 ‘IgA 신증’ 환자 가운데 단백뇨가 많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혈압 조절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초기 신장 질환은 증상이 거의 없거나, 피로감, 부종, 소변 변화와 같은 매우 미미한 변화만 나타나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가 혈압약을 2~3가지 이상 복용하고 있음에도 혈압이 지속해서 높다면 단순한 본태성 고혈압이 아니라 신장 질환에 의한 이차성 고혈압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용량의 약제를 사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최근 갑자기 혈압이 더 상승했다면 신장 기능 평가가 필요하다.

소변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도 중요한 신호다. 신장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지만 소변 검사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변화가 나타난다. 소변에 거품이 많은 단백뇨,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소변량 감소, 야간뇨가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종 역시 주의해야 할 증상이다. 신장이 체내 수분과 염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얼굴, 발목, 종아리 등에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종이 온종일 지속되면서 혈압 상승이 함께 동반된다면 신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고혈압 진료 과정에서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상승하거나 사구체 여과율(EGFR)이 감소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이미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지표이므로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윤혜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40세 이전에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 가족 중 신장 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신장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라며 “신장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추고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이 있다면 단순히 혈압 수치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신장 기능 검사와 소변 검사를 함께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특히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거나 당뇨병, 가족력, 고령이라는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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