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입사 동기·동일 직급…지위·관계 우위 안 돼”

직장 동료에게 “또라이”라고 말하고 공개적으로 업무 문제를 지적했더라도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콜센터 상담원 김모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씨는 A 주식회사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던 중 2024년 5월 동료 상담원 B 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됐다. B 씨는 김 씨가 고객 DB 미전달 건 등을 문제 삼아 팀원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상급자에게 패널티 부과를 요청했으며, 사무실에서 의자를 밀치며 “또라이, 나와”라고 말하는 등 모욕적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조사 결과 김 씨가 B 씨보다 관계상 우위에 있고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 감봉 1개월 및 배치전환 징계를 내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이를 유지했다.
이에 김 씨는 B 씨의 나이·직급·담당 업무와 동료들의 진술 등에 비춰 자신이 지위·관계의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지 않고, 징계사유도 인정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와 회사 측은 김 씨가 B 씨보다 사실상 관계의 우위에 있었고, 반복적인 패널티 부과 요구 등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관계의 우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해당 행위는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상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위의 우위’는 기본적으로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경우를 말하고, 직접적인 지휘관계가 없더라도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를 이용한 경우 인정될 수 있으며, ‘관계의 우위’는 나이·근속기간·업무역량·조직 내 영향력 등을 종합해 사실상 우위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콜센터에는 센터장과 팀장 아래 김 씨와 B 씨를 포함한 6명의 상담원이 근무했고, B 씨가 가장 연장자였으며 김 씨와는 입사 동기로 근속기간에 차이가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실적에도 큰 차이가 없었던 만큼, 김 씨가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나 업무역량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씨가 센터장이나 팀장에게 업무 개선을 건의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사실상 우위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관계의 우위에 있지 않은 사람이 문제제기를 반복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우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순환논리에 불과하다”며 김 씨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