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개성공단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하며 남북 의료협력의 상징으로 자리했던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 다시 움직였다. 정치적 교착 속에 멈췄던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시도다.
그린닥터스재단은 1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내 사무실에서 개성병원추진위원회 월례회의를 열고 '북한 의약품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에는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김승희 부이사장, 감로사 주지 혜총 고문, 김동헌 온병원 병원장, 이한평 전 부산교통방송 대표, 윤경태 이사, 박명순 사무총장 등 재단 임원들이 참석했다.
재단은 3월 말까지를 집중 캠페인 기간으로 정하고 제약회사와 의약품 도매상,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기부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지원 대상 품목은 말라리아 치료제, 결핵 검사 키트와 치료제, 소화제, 피부연고, 구충제, 항생제 등 기본 보건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전달 방식은 정부와의 협조를 우선 검토한다. 통일부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과 협력해 공식 경로를 모색하는 한편,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중국 단둥이나 러시아 하산 등 제3국 접경 지역을 통한 우회 지원 방안도 병행해 검토할 방침이다. 인도적 지원의 통로를 다각도로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이번 행보는 재단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약 8년간 개성공단에서 운영한 남북협력병원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병원은 남북 근로자 35만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시행했다. 단순 진료를 넘어 3세대 항생제 등 최신 의약품 65억 원어치를 지원하며 북측 보건 환경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근 이사장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캠페인이 멈춰 선 남북 의료협력의 물꼬를 다시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여전히 경색 국면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의료 지원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생명과 건강의 문제를 정치와 분리해 접근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시각도 있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이번 의약품 지원을 시작으로 북한 보건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멈췄던 협력의 시간표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